[변곡점에 선 한반도 정세] 8년만에 러시아에 손내민 북한

김정은 ‘새 길 개척’ 또는 ‘빈손 귀국’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 기정사실화 분위기

비핵화협상 과정 러시아측 지원 당부 가능성

러 언론 “푸틴, 일대일로 앞서 김정은과 회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 위원장이 부대원들과 웃으며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북러정상회담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기류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미 비핵화협상이 장기 교착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지난주 노동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등을 통해 ‘집권 2기’ 진용을 정비하자마자 다시 외부로 나서는 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방러를 앞둔 16일 평양을 방어하는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를 찾은데 이어 17일 국방과학원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하는 등 연이틀 군사행보를 보이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였다.

김 위원장의 방러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8년만의 북러정상회담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푸틴 대통령이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 참석에 앞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난 2011년 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베리아 부랴티야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8년만이다.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캠퍼스 내에서 북러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 내 1개동이 폐쇄됐고 이것이 회담 준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학 여러 곳에는 ‘김정은 방문으로 17~24일까지 문을 닫는다’, ‘기술적 이유로 17~30일 문을 닫는다’ 등의 안내문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해외 방문시 의전과 동선을 책임지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17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역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밖에 고려항공은 18일과 23일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항공편을 임시편성해 북러회담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현시점에서 북러정상회담은 북미 비핵화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북한과 한반도와 극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이해와 요구가 맞아떨어지는 카드다. 김 위원장이 북러회담에 나설 경우 러시아 측에 향후 비핵화협상 과정에서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한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 유대를 강화ㆍ발전시켜나가겠다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세계 모든 평화애호역량’과 굳게 손잡고 나가겠다고 했다. 북미대화 교착국면에서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하에서 가능한 양국 경제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의도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김 위원장의 러시아행이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라면서 상징성은 커도 구체적 성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는 북한의 광물자원이나 수산물 수입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교역 확대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도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북러 모두 정상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 특유의 즉흥성과 문재인 대통령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 등을 고려할 때 방러 계획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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