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만? 화장품도 ‘비거니즘’ 바람

식생활에서 생활양식 전반으로 확산 추세

‘개념소비’ 구매 희망 1순위는 비건화장품

글로벌시장 규모 2025년 208억 달러 예상

최근 식품ㆍ화장품 업계의 화두는 ‘비거니즘’(veganism)이다. 원래 ‘비건’(vegan)은 육류ㆍ생선 등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를 뜻하지만 이제는 동물 복지를 고려해 화장품과 생활용품까지 까다롭게 고르는 윤리적인 소비로 의미가 확장됐다. 이제는 ‘먹는 채식’에서 ‘쓰는 채식’으로 생활양식이 다양해지는 셈이다.

이처럼 윤리적인 소비는 하나의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롯데멤버스가 운영하는 엘포인트 리서치 플랫폼 ‘라임’에서 지난해 10월 5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1982~1990년대생)의 25.2%, X세대(1971~1976년생)의 25.5%, 베이비붐 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생)의 21.6%가 ‘동물보호 관련 제품을 구매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모든 세대 공통으로 동물보호 관련 개념 소비 구매 희망 제품 1위는 ‘비건 화장품ㆍ생활용품’이었다. 최근 서울대 수의대의 불법 동물실험에 대해 사회적 분노가 일어난 것도 이런 흐름의 방증이다.

비건 화장품은 잔인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에서 채취한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화장품 업계에서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토끼의 눈에 3000번이나 마스카라를 바르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이런 절차를 생략해 토끼가 불필요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건 화장품의 인기는 동물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상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이런 변화를 감지해 발 빠르게 비건 화장품을 내놓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브랜드 어퓨는 2년 넘게 준비한 끝에 프랑스 비건 인증기관인 ‘EVE’(Expertise Ve´gane Europe)로부터 100% 비건 제품 인증을 받은 비건 화장품 ‘맑은 솔싹 라인’을 출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럭셔리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는 제품 10개 중 9개를 비건 화장품으로 만들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면세점 매출만 60억원에 이른다. 아워글래스는 지난 2017년 “모든 제품을 2020년까지 100% 비건으로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건을 내세우는 해외 브랜드는 ‘더바디샵’ㆍ‘러시’ㆍ‘샹테카이’ㆍ‘닥터브로너스’ 등이, 국내 브랜드는 ‘아이소이’ㆍ‘아로마티카’ㆍ‘이즈앤트리’ 등이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라네즈가 ‘뉴 워터뱅크 에센스’를, 프리메라가 ‘내추럴 스킨 메이크업’ 등을 비건 화장품으로 출시했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코스맥스는 지난해 10월 아시아 최초로 화장품 생산설비에 대한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비건 화장품 소비는 비건 식생활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어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서는 이미 비건 화장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2025년 208억달러(약 23조2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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