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은 NO, 레깅스는 OK…패션은 정치다

여성들 성차별적 복장규정 반대

‘쿠투운동’ 레깅스 시위로 확산

모든 성차별에 타협거부 움직임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줄리아로버츠가 맨발 차림으로 레드카펫에 오르고 있다 (왼쪽) 최근 미국 노트르담 대학교에서는 레깅스 착용 금지를 요구한 한 주부의 편지에 반발, 패션 검열에 반대하는 ‘레깅스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게티이미지뱅크]

벗기려는 권력과 입으려는 자유가 충돌한다. 무엇을 입어야 하느냐를 두고 싸움이 벌어진다. 패션은 정치다. 특히 성평등과 종교의 자유를 두고 개인과 권력이 충돌하는 전쟁이다. ▶관련기사 2면 이란의 아마추어 여성 복서 사다프 하뎀은 지난 12일 프랑스에서 이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경기를 치러 승리했다. 국가적인 축하를 받을 일이지만 이란 당국은 그녀의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하뎀은 귀국을 취소했다. 옷차림이 문제였다. 그는 경기에서 머리에 히잡을 쓰지 않은 데다 팔뚝과 다리가 드러나는 민소매 상의와 반바지를 입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찰랑이는 검정색 드레스 차림에 맨발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2년 후 같은 곳에서 여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검정 하이힐을 벗어들었다. 그는 “당신이 남성들에게 드레스와 힐을 강요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당시 BBC는 이 여배우들의 ‘맨발’을 “여성에게만 높은 힐을 신도록 한 레드카펫 위 규정에 대한 반발”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옷차림을 두고 곳곳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패션에서의 ‘미투’ 운동이라 할만하다. 일본에서는 올 초부터 여성의 하이힐 착용을 요구하는 직장 규정에 맞서 ‘쿠투(Kutoo)’ 운동이 일었다. 쿠투는 ‘쿠쯔(靴)’와 고통을 의미하는 ‘쿠쯔(苦痛)’, 그리고 미투(Metoo)의 합성어다. 쿠투 운동을 통해 여성들은 #Kutoo란 해시태그와 함께 발가락에 멍이나 물집이 있는 사진을 올리거나 불편함을 토로하는 글을 게시함으로써 하이힐을 강요하는 규정에 맞섰다.

전문가들은 힐을 벗는 여성들의 행동은 성차별과 더 이상 타협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힐을 벗어던진 여성들은 ‘레깅스(leggings)’를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권리를 사수하기 위해 다시 힘을 모았다. 최근 미국 노트르담대 학보에 남성들의 성적 욕구를 자극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들이 레깅스 차림으로 외출을 금해야 한다는 한 주부의 편지가 실리면서 ‘레깅스 시위’에 불을 지폈다. SNS 상에는 ‘#leggingsdayND(노트르담 레깅스의 날)’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레깅스를 입은 남녀의 사진들이 올라오면서 레깅스 논쟁이 확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레깅스가 (외출 가능한) 바지냐 아니냐는 실존적 질문은 여성과 여성의 육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복장 규제에 대한 잇따른 반발의 배경에는 옷차림이 인종, 성별, 종교 등 개인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불평등을 조장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존재한다. 포브스는 임상 심리학자인 제니퍼 바움가트너 박사의 말을 인용, “특정 시스템이 없을 때 사람들은 그들만의 시스템을 생각해 낸다”면서 “카스트나 공식적인 계급의 지표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경제적, 사회적 지표로서 의류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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