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주요 합의나 거래 나오진 않을 것”

BBC “북러 정상 간 만남을 통해 국제 사회에 ‘상징적 메시지’ 전달”

북한, 우군 확보를 통해 향후 대(對)미 협상력 강화

러, 비핵화 문제에 있어 존재감 굳힐 기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전 전용 열차 편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접경 지역인 하산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러시아 연해주 주 정부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이 이렇다할 합의나 거래없이 마무리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핵화 문제, 북러 간 경제협력 등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지만, 의제와 관련해 상징적인 약속 이상의 합의는 도출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북러 정상회담은 오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된다.

이번 북러 정상 간의 대화가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한 계기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대신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원하는 러시아 정상과,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위해 우군이 절실한 북한 정상 간의 만남이 상징하는 ‘메시지’를 국제 사회에 전달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의 BBC는 “대부분의 전망은 북한과 러시아 정상 사이에 어떠한 주요 합의나 거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것”이라고 보도했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헤럴드DB]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무엇보다 원조 형식의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BBC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 “북한은 악화된 경제상황을 개선하고 정기적으로 무역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제재가 완화되기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가 어느쪽에 대해서도 원하는 답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양 국 모두 미국 및 서구 유럽과 대척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적군의 적은 나의 동지’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경제적 원조로 이어지기에는 러시아가 북한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상징적 외교’를 통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 지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러 정상회담을 하노이 회담 이후 어수선해진 국내 정세를 다잡고, 향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추가적인 협상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호주 커틴 대학의 알렉세이 무라비에프 부교수는 “북한은 미국에 그들이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주요 강대국들이 여전히 자신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북한의 협상력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번 북러 회담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시모도마이 노부오 카나가와 대학교 교수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소련 붕괴 후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파트너로서 한국을 선호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에 대해 보다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을 원했다“면서 ”그는 이번 회담을 이 문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로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북미 관계가 향후 어떻게 전개되냐에 상관없이 러시아는 북핵 문제에 어느 정도 관여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발언권을 갖게 된다면, 그는 러시아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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