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천개 로고볼로 집 장식한 미국 골프광

이미지중앙

덕 쿠페 씨의 거실은 골프볼이 제단처럼 이어진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전 세계 골프장의 절반을 보유한 미국에는 각종 골프광들이 넘쳐나지만 집 전체를 1만5천개의 다른 모양의 골프볼로 장식한 수집광도 있다.

골프미디어 골프다이제스트는 22일 인터넷판을 통해 기상천외한 골프볼 수집가를 소개했다. 주인공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블러프톤의 벨페어골프클럽 인근에 사는 올해 75세의 덕 쿠페씨다. 그는 20년 이상 서로 겹치지 않는 로고 골프볼을 모아 진열해온 골프광이다.

색깔과 카테고리 별로 정렬되어 있다는 쿠페의 컬렉션은 아놀드 파머, 게리 플레이어가 싸인한 볼도 포함되어 있다. 전세계 골프장 로고가 새겨진 볼 컬렉션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 컬렉션을 보면 칠십대 노인이 모은 볼들에 입을 못 다문다”고 쿠페 씨는 장난스럽게 말한다.

쿠페와 아내 비비안이 버몬트 인근 퀘체 클럽에 살다가 우연하게 골프볼 수집이 시작됐다. 당시 오타퀘체강을 따라 공들이 떠내려오는 걸 보던 이들 부부는 볼에 새겨진 로고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부는 볼들을 건져 올려서 버몬트 마을회관에 진열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행하기도 전에 그가 벨페어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쿠페의 골프볼 박물관이 현재 공간으로 정해졌다.

이미지중앙 350개의 골프장 로고볼은 자신이 직접 라운드한 볼이고 나머지는 알파벳 순서대로 선물받은

로고볼로 진열했다.

 

쿠페씨는 “볼 진열장을 박물관과 같은 품격을 갖춰 만들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수천 개의 작은 진열대가 응접실과 거실 벽 공간 곳곳을 타고 만들어졌다. 각각의 진열대에는 핸드 드릴을 사용해 공이 잘 부착되도록 고정시켰다.

진열 순서는 자신이 플레이했던 490개 코스를 먼저 배치한 뒤에 나머지는 골프장의 알파벳 순서를 지켜서 진열했다고 한다. 어떤 볼들은 대학팀이나 NFL팀의 이름이 새겨진 것도 있었고 하인즈 케첩, 심지어 수퍼마켓의 이름이 적힌 볼도 있었지만 새로운 로고이면 그는 마다하지 않고 반겼다.

쿠페씨는 최근 부활절을 보내면서 “내 수집품은 마치 끊임없는 부활절 달걀을 수집하는 과정이었다”고 비유했다. “황금 달걀은 아닐지언정 나는 다양한 로고들로 내 컬렉션을 채울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게다가 쿠페씨는 거실 한쪽에는 퍼팅 그린까지 조성해서 손자들이 와서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배려했다. 쿠페씨가 골프볼 수집가라는 얘기가 이웃 동네까지 전해지면서 그의 집을 찾는 손님들이나 지인들은 항상 선물처럼 새로운 로고 볼을 가져와서 쿠페씨를 기쁘게 하곤 했다.

이미지중앙 거실 한 구석은 아예 인조 잔디를 깔고 퍼팅 그린을 조성했다. 양 옆은 역시 로고볼이 진열된 선반이다.

볼 컬렉션이 규모가 커지면서 동네를 넘어 지역사회에까지 전파되면서 서로 다른 로고볼을 모으는 건 오히려 더 쉬웠다. 볼 컬렉션을 여기저기서 어떻게 알았는지 수시로 새로운 로고볼을 들고 찾아와서 볼을 주고는 집을 구경하곤 하면서 최근 1년 사이에 무려 2천개의 새 볼을 추가로 진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 쿠페씨가 가장 아끼는 볼은 부시우드 컨트리클럽의 로고볼이다. 거기에는 ‘캐디 색’이라는 코믹 골프영화를 상징하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쿠페씨는 볼 수집 과정도 즐거웠다고 말한다. “내가 그만큼 즐겁게 골프볼을 모아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print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