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쇼크]수출·투자·소비…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세계경제 둔화에 최저임금 충격 등 겹쳐

재정확대론 한계, 기업 투자 촉진책 절실

이대로 가면 일본식 복합불황 가능성 커

한국경제가 2018~201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최대 산업인 반도체 업황 부진 등 대외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조선ㆍ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기업 투자 및 민간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전분기대비 올 1분기 성장률이 10년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추락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2년 동안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인상한 것을 비롯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일자리와 자영업이 타격을 받는 등 그 후유증이 겹쳐 위기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초저출산으로 이미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잠재성장률 하락이 예고되는 등 중장기적 위험 요인이 복합돼 우리경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9.5% 늘린데 이어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확대로 대응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깨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밖에 없으며,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한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대내외 위기에 직면한 우리경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출(전기대비 -2.6%)과 설비투자(-10.8%)가 급격히 줄어들고 민간소비(0.1%)가 정체에 빠지면서 전기대비 성장률이 -0.3%로, 2008년 2분기(-3.3% 이후 1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1.8%로, 이 역시 2009년 3분기(0.9%) 이후 최저치였다.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세계경제 및 세계교역의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 때문이다. 글로벌 보호주의 물결에다 지난 2년여 동안 슈퍼호황을 구가했던 반도체 경기가 지난해 후반부터 급격히 악화되면서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이달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물론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IMF는 이달초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제시했던 3.7%보다 0.4%포인트 낮은 3.3%로 하향조정했다, OECD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 1월 3.5%에서 3월에 3.3%로 0.2%포인트 낮췄다.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세계 교역 위축, 유로존의 불확실성, 신흥시장 취약성 등을 반영한 결과다. OECD는 세계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하는 가운데 브렉시트와 미중 통상마찰 등 하방리스크가 상존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대외 여건의 악화에다 대내적으로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신산업의 창출 부진, 부동산 경기 하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고용위기와 소득 양극화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후유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의 무책임과 끊임없는 정쟁으로 각종 개혁 법안과 경제활력 법안이 표류하면서 정책 추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투자 부진은 당장의 경제활력은 물론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전년대비 3.8% 줄어들었고, 생산능력지수도 0.2% 감소했다. 기업들의 생산능력이 줄어든 것은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축소한 설비가 증설ㆍ신설 규모를 웃돌면서 경재력 자체가 쪼그라든 것이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재정확대를 추진하면서 수차례 기업투자 촉진, 수출 활성화 대책 등을 내놓았으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불투명한 대외 여건과 최저임금ㆍ탄력근로제 등 정책적 불확실성, 내수 부진 등을 이유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가계도 일자리 및 소득 불안과 노후의 불확실성 등으로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식 복합불황 가능성이 큰 상태다.

대외 여건은 우리 힘만으로 바꾸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만큼, 대내적인 경제활력 저해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와 정책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가계 소득과 일자리를 안정시킬 실효적인 대책이 시급한 셈이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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