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나쁘지 않은 북러정상회담 성적표……대미 ‘한방’은 없었다

푸틴 ‘체제보장’ 선물받은 것도 의미

김정은, 북러관계 혈맹 수준 복원 의지

“러시아 우군 확보 필요 취지 부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헤럴드DBㆍ노동신문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북러정상회담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챙겼다는 분석이 일각에선 나온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에서 뚜렷한 합의나 선언을 도출하지는 않았지만 각자의 이해와 요구에 충족하는 결과를 손에 넣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북미대화 여건에서 유리한 입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견해가 팽배하다.

일단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대외행보로 러시아를 선택한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대내적으로는 하노이 이후 자칫 실추될 수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대외적으로는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북미 비핵화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진 상태에서 미국을 향해 러시아라는 ‘뒷배’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는 시각이 강하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아주 획기적인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정상회담 개최 의의에 맞게 진행됐다”며 “김 위원장은 하노이 결렬 이후 고통스럽지만 시간을 갖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러시아를 우군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런 취지에 부합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북러관계를 혈맹수준으로 복원하려는 듯한 언급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푸틴 대통령이 마련한 공식연회에서 “두 나라 인민은 일찍이 지난 세기 항일대전의 공동의 투쟁 속에서 전우의 정으로 굳게 결합했다”면서 “장병들은 조선 해방을 위해 자신들의 피를 아낌없이 바쳤다”며 항일투쟁 시기 연대와 6ㆍ25전쟁 시기 소련군의 지원을 부각시켰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는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북러친선관계를 끊임없이 강화ㆍ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은 확고부동한 입장이자 전략적 방침이라며 한반도에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유화메시지를 보냈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공식연회에 앞서 검(劒)을 선물로 주고받는 모습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향후 비핵화협상과 관련해 직접적인 지원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북러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일정 정도 북한의 군비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북한에는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한국의 보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북핵 6자회담 틀이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안전보장 체제를 고안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언급했다.

장 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의 체제보장 언급은 북한에 선물을 준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내놓을 때 체제안전보장이 보상이 돼야한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에 압박이 되는 얘기”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AFP통신은 “푸틴은 평양이 안보와 주권보장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면서 워싱턴이 북한을 누르려고 하는 데 대해 은근히 한방을 먹였다”고 해석했다.

다만 대북제재 완화에 있어서는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관여한 상황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향후 대북제재에서 변동이 있을 경우 대대적인 경제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외교소식통은 “확대회담 때 북측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만 나선데 반해 러시아측에서는 경제 분야 인사를 비롯해 10여명이 배석했다”며 “철도와 가스, 전력, 교통 분야 등이 총망라되다시피 했는데 향후 북러는 물론 남북러 간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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