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인사들 중국 보내질라”…홍콩 중심가 메운 13만 시위대

범죄 용의자 인도법안 거부

2014년 ‘우산운동’ 이후 최대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지난 28일(현지시간) 홍콩 중심가를 지나고 있다. [EPA=헤럴드]

중국 본토로 범죄인을 인도하는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지난 주말 홍콩 중심가를 가득 메웠다. 지난 2014년 ‘우산운동’ 이후 5년만에 최대 규모로 파악되는 이번 시위에는 활동가에서부터 친중국 성향의 기업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가해 이루지 못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집회 주최 추산 13만명에 이르는 홍콩 시민들이 이날 ‘전체주의 법관에게 거부권 행사’, ‘용의자 중국 인도 거부’ 등의 슬로건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경찰 추산으로는 2만2800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시위대는 일명 추방법으로 불리는 중국으로 범죄 용의자를 인도하는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홍콩 정부가 중국,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살인, 밀수, 탈세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홍콩 정부가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법안이 홍콩 내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는 것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홍콩 민주당의 에밀리 라우 전 주석은 “홍콩 정부는 시민들의 자유와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홍콩 시민들을 짓밟고 있다”고 홍콩 정부의 법안 처리에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지난해 한 홍콩인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피했으나, 홍콩과 대만 간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이를 송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계기로 이 법안의 처리에 강경한 입장이다. 우산운동 이후 민주 성향의 의원이 줄어든 홍콩 입법부가 조만간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WSJ이 전했다.

지난 2014년 홍콩에선 ‘우산혁명’, ‘우산운동’으로 불리는 민주화 시위가 79일이나 이어지면서 홍콩 행정장관을 직접선거로 뽑을 것을 요구했으나, 중국의 반대 속에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후 민주 인사 탄압 속에 우산운동을 이끈 지도자 9명은 최대 1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주말 시위에 참가한 한 목사는 “이번 추방법의 통과는 홍콩 사법 시스템의 커다란 구멍을 남기게 될 것”이라며, “다음 세대들이 자유로운 사회에서 계속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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