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국회’ 오점 남기고…국민만 상처

패스트트랙 지정 ‘전격제트작전’

사개·정개특위 거짓정보로 교란

여야4당 회의장 바꿔 기습 통과

한국당 속수무책 저지에 실패

29일 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수처ㆍ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을 지정한 후 이상민 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헤럴드]

국회를 초토화시킨 패스트트랙 6일간의 전쟁은 끝났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천신만고 끝에 한국당 반발을 무릅쓰고 패스트트랙 열차에 30일 탑승했다. 6일간의 전쟁은 치열했다. 회의장 봉쇄부터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연막작전 등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한 쪽도, 패스트트랙 저지를 실패한 쪽도 동물국회 주역이었다는 오점을 남겼다.

▶회의장 바꾸자 속수무책 한국당=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상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회의장 변경작전이 있었다. 한국당이 ‘드러누워’ 상정을 막기 시작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시작하자 전장 자체를 바꿔버린 셈이다. 대비를 하지 못하도록 기존 공지를 갑작스럽게 바꾸기도 했다. 일각에선 ‘첩보작전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전날 오후 10시께 본청 220호에서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거짓 정보였다. 회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인 506호에서 열렸다. 정개특위도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인 445호에서 열기로 했다가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인 604호로 장소를 바꿨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30일 새벽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린 정무위원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헤럴드]

한국당은 이를 모른 채 본청 220호와 445호 앞에서 대기했다. “독재타도”, “헌법수호”를 외치면서 총력저지를 다짐했다. 한국당이 잘못된 정보를 믿고 회의장을 방어하는 동안 민주당은 변경된 회의장으로 진입했다. 이후 한국당 의원 등은 민주당이 입장한 회의장으로 급히 뛰어올라 갔으나 이미 착석을 마친 상태였다. 결국 특위 소속이 아닌 나머지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밖에서 구호를 외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한국당에선 특위 소속 의원 등 몇몇만이 회의장에 입장할 수 있었지만, 큰소리로 항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저지 수단이 없었다.

이에 개의시간은 늦어졌으나, 한국당으로선 대세를 막을 순 없었다. 민주당 소속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계속되는 한국당 의원 고성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투표는 시작됐고 민주당 8명과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이 찬성표를 던져 총 11표의 찬성표가 나왔다.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이로써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정개특위도 비슷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선거법 개정이 걸린 정개특위에서 한국당은 끝까지 저항했지만, 그뿐이었다.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투표를 위해 기표소에 들어간 다음 몇 분간 나오지 않기도 했다. ‘투표 필리버스터’를 한 셈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투표는 계속됐고, 총 18명 중 한국당 의원 6명을 제외한 1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26일 새벽 여야 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국회 의안과를 진입하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을 저지하다 부상을 입어 후송되고 있다. [연합=헤럴드]
문희상 국회의장은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상임위ㆍ특위 의원 교체)을 허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다음 간사인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헤럴드]

▶곳곳 육탄 공격ㆍ방어 치열했지만=국회 선진화법 이후 처음으로 몸싸움이 등장한 것은 지난 25일이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는 한국당은 회의장을 점거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당초 “오늘 저녁에는 하지 않겠느냐”, “무조건 연다” 등 이야기를 했으나,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엔 실패했다.

사개특위 위원으로 보임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물리적으로 감금하는 것부터 민주당 걸음이 꼬이기 시작했다. 한국당은 25일부터 채 의원을 의원실에서 나올 수조차 없게 했다. 의자 등을 이용해 문을 막았다. 의자엔 한국당 의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채 의원이 이를 신고해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감금은 약 4시간 동안 계속됐다. 결국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출동했고, 채 의원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패스트트랙 시도는 번번이 막혔다. 한국당은 의안과를 점거하고 법안 제출 자체를 막았다. 인편은 사람으로 막았고, 팩스제출도 할 수 없게 했다. 몸싸움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팩스 기계 자체도 부서졌다. 민주당은 결국 지난 26일 헌정사상 최초로 법안을 ‘전자 입법발의지원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출했다.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에 ‘도구’를 사용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헤럴드]

몸 대 몸으로 뚫는 정면돌파도 실패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33년만에 경호권을 발동하기도 했으나 허사였다. 한국당은 인간띠를 두르고 국회 곳곳을 점거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몰려오면 바로 인원을 충원해 맞섰다. 26일엔 국회직원이 소위 ‘빠루’라 불리는 노루발못뽑이 등까지 동원했으나, 한국당의 수성을 뚫지는 못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후 이 ‘빠루’를 빼앗았다며 회의장에 들고 나타나 폭로하기도 했다.

여야 4당의 공조도 헛돌았다. 기습회의 작전을 실행했으나, 인원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30일 새벽에는 바른미래ㆍ평화당 의원이 민주당 의원총회 때부터 함께 대기해 패스트트랙 지정에 성공할 수 있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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