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스페인 총선 ‘유럽 정치’ 단면

중도좌파 ‘사회당’ 1당에도 급진우파 ‘복스’ 원내 진출

유권자 표심 양극단 치우쳐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중도 좌파인 집권 사회노동당(PSOE)이 제 1당이 되고, 신생정당 복스(Vox)는 극우정당으로서는 1975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원내 입성에 성공할 것으로 출구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어느 당도의회 과반을 차지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진은 총선종료 직후 복스의 지지자들이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헤럴드]

28일(현지시간) 열린 스페인 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사회노동당(PSOE, 이하 사회당)이 제 1당에 올랐지만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동시에 국민당에 등돌린 우파 유권자들의 지지로 급진적 우파성향 정당 복스(VOX)가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승자’가 없는 이번 스페인 선거가 좌우 극단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최근 유럽 정치 지형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은 2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총 350개의 하원 의석 중 123석을 얻었다.

지난 2016년 선거에서 135석을 차지했던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67석이 감소한 66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제 2당으로 전락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시민당(시우다다노스)는 현재 32석에서 22석이 증가한 57석을, 급진좌파 포데모스는 42석을 확보했다. 신생정당인 극우 성향의 복스(Vox)는 24석을 얻으며 첫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로 소수 내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산체스 총리의 결단은 사회당을 제 1당의 지위에 올리며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제 1당의 리더로서 산체스 총리의 지위도 강화됐다. 사회당은 작년 6월 우파 국민당 내각을 중도 실각시키고 국정의 ‘키’를 잡으면서 정권에 힘을 실을 다수 내각 확보를 위해 조기 총선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내각을 장악하기에는 30%에 못 미치는 득표율은 한참 부족하다. 이번 선거가 사회당의 온전한 ‘승리’로는 보기 힘든 이유다. 사회당과 급진좌파 포데모스가 손을 잡더라도 의석은 과반인 175석에 못 미친다. 결국 선거 승리에도 불구, 사회당은 함께 정부를 구성할 연립 파트너를 구해야하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확실한 승자없이 마무리된 이번 선거가 중도성향의 정당이 이끌어온 전통적인 정치 체제가 극단화된 정파의 등장으로 분열되고 있는 최근 유럽 정치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총선은 스페인 내에서 정치적 양극화와 정당 분열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는 극우, 극좌 등 유럽의 분열된 정치 지형이 전통적인 정당의 표를 흡수하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확실한 통치권을 갖는 주요 정당이 구축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정당들이 세계화 속에서 불거진 이민, 무역 문제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그 대안으로 유권자들이 점차 자신들의 요구와 일치하는 극단의 포퓰리즘 정당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의 페데리코 산티는 “세계화에 대처하는 전통적인 정당의 부족한 능력에 유권자들이 실망했고, 이는 주류 정당의 쇠퇴와 다른 정치 운동의 출현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극우 정당 복스의 부상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2013년 창당된 복스는 이번 선거에서 1975년 스페인이 민주주의를 회복한 후 첫 하원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유럽대륙이 전반적으로 ‘우(右) 클릭’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카탈루냐 독립문제가 촉발시킨 현 정치체제에 대한 불신과 이민 문제 등으로 인한 보수적 민주주의의 결합이 ‘극우 무풍 지대’ 였던 스페인의 정치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안 보텔라 바르셀로나 자치대 정치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은 영향력 있는 극우정당이 없는 유일한 나라였지만, 이번 선거는 스페인 만이 이 추세에 벗어나 있다는 생각을 종식시켰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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