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식 못가는 왕비, 칼받은 왕자…일본왕실 성차별관행 ‘논란’

5월 1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마사코 불참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히사히토 왕세손에겐 칼 배달

여왕 계승 금지하는 왕실법 개정 논의 확대 전망

5월 1일 일왕에 오르는 나루히토(德仁ㆍ오른쪽)와 부인 마사코(雅子). [EPA=헤럴드]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새로운 일왕 즉위로 떠들썩한 일본에 젠더(性) 격차 논란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가부장적인 왕실법에 따라 일왕 즉위식에 왕비가 될 왕세자비가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왕자가 다니는 학교 교실에 칼이 놓여지면서 왕실 후계 구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모두 왕위 계승에서 여성을 배제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이해된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오는 5월 1일 새로운 일본 왕에 오르는 나루히토( 德仁ㆍ59) 왕세자의 즉위식에 부인인 마사코(雅子ㆍ26) 왕세자비가 참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며, 이날 즉위식에 참가하는 유일한 여성은 아베 내각 일원인 가타야마 사쓰키 지방창생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왕비가 남편의 즉위식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 왕실법에 따른 것으로 왕가에서 태어난 일본 여성은 결혼과 함께 왕가를 떠나야 하며, 그들의 아이들도 왕좌 계승 라인에서 배제된다.

이런 모습은 현재 왕실이 유지되고 있는 서방 국가에 비해 매우 가부장적이며, 이는 일본 왕실뿐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영국의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수십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으며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 등도 여성이 왕실 승계자다.

현실에 맞지 않는 일본 왕실법에 대한 내부 여론도 좋지 않다. 아사히 신문 조사에선 일본 국민의 4분의 3 이상이 여성의 왕위 계승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아베 정부 역시 나루히토의 승계가 끝난 뒤 왕실에서 여성 승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나루히토의 일왕 즉위로 왕위계승 서열 3위에서 2위로 오르는 히사히토(悠仁ㆍ13) 왕자. 나루히토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의 외아들이다. [AP=헤럴드]

가부장적인 일본 왕실법은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히사히토(悠仁ㆍ13) 왕자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도쿄 분쿄구에센 히사히토 왕자가 다니는 학교의 교실에 2점의 칼이 놓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인 50대 남성은 29일 체포됐으나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히사히토 왕자가 현재까지는 남성으로선 왕실의 유일한 마지막 직계 혈통이라는 점이다. 히사히토는 퇴위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둘째 아들 집안인 아키시노미야가(秋篠宮家) 후미히토(文仁)의 외아들이다. 이에 따라 왕실 안전이 위협받으면서 후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칼 사건의 경우 일본 왕실의 후계 라인의 취약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포틀랜드주립대학 일본 연구 센터의 켄 뤼오프는 “일본 왕실은 소멸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조만간 왕자를 갖지 못할 것이며, 이같은 시스템은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149개국을 대상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젠더(성) 격차 지수’에서 일본은 지난해 0.662로 110위에 랭크됐다. 당시 중국은 0.673을 기록하며 103위에 올랐으며, 우리나라는 0.650으로 118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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