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률 최악’에도 고객 몰린 결혼정보회사…’마이너스 성장’ 탈출

사상 최저 혼인율에도 듀오 0.1% 성장…가연 7.9%↑

이색 미팅파티 등 맞춤 서비스 ‘호응’…재혼시장도 성장 추세

 최악혼인율에도고객몰린결정사…마이너스성장탈출

“좋은 사람 만나려고요.”

지난해 한 유명 결혼정보회사(결정사)에 가입한 뒤로 틈날 때마다 백화점과 미용실을 다닌다는 직장인 이모씨(31·여)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충분히 ‘잘난 여자’였다. 국내 유명 사립대학교를 졸업하고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한 지 5년 차인 ‘커리어우먼’이다. 수려한 외모까지 가진 덕에 ‘엄친딸’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정작 이씨는 “사람 만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씨를 결정사로 이끈 것은 ‘불안감’이었다. 이씨는 “회사와 집을 오가다 보니 어느덧 서른이 됐으나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을 수 없었다”며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도 좁아져 덜컥 ‘노처녀로 죽겠구나’ 싶었다”고 고백했다.

고민 끝에 결정사를 찾은 이씨는 깜짝 놀랐다. 그는 “갈 곳 없는 노총각 노처녀를 앉혀 놓고 중매하는 회사인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기는 파티나 조건에 딱 맞춘 이성들이 많아 매우 만족했다”고 전했다.

미혼남녀가 이성을 만나는 방식과 결혼관이 변하면서 결정사의 서비스도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46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최악의 혼인율에도 듀오·가연 등 유명 결정사들이 ‘성장 침체’에서 벗어난 비결이다. 최악혼인율에도고객몰린결정사…마이너스성장탈출 (1)

◇’46년만의 최저 혼인율’에도 듀오 0.1%, 가연 7.9% ‘약진’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결혼정보시장 ‘빅2′ 듀오와 가연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0.1%, 7.9% 증가해 나란히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했다.

듀오는 지난해 매출 276억9000만원을 기록해 2017년 276억6000만원보다 0.1% 증가했다. ‘현상유지’ 수준이지만 7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조(粗)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을 감안하면 선방한 성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혼인율은 지난해 5.0건으로 전년 대비 0.2건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혼인 건수 역시 1972년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인 25만7600건을 기록했으며 비혼(非婚) 기조 역시 강해지는 ‘이중고’ 속에 나온 실적이어서 의미가 크다는 평도 있다.

가연도 지난해 7.9%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연의 실적 호전은 삼성카드·키닥·한국법조인협회·육사총동창회 등 다양한 직종과 제휴를 맺거나 경북 울진군 ‘커플 매칭 위탁사업’에 입찰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확대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결혼정보업계 관계자는 “7년 전 1200곳에 달했던 국내 결혼정보업체는 현재 30% 넘게 폐업했다”며 “업계 전반에 걸친 침체 속에서의 매출 증가는 상당한 약진”이라고 분석했다.

최악혼인율에도고객몰린결정사…마이너스성장탈출 (2) ◇딱딱한 맞선? 카페·야구장서 만나는 ‘자만추 미팅’ 호응↑

더 까다로워진 눈높이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다의 준말)’를 원하는 미혼남녀의 입맛에 맞춘 ‘이색 매칭 서비스’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듀오와 이음소시어스 등 대형 결정사들은 앞다퉈 고급 호텔, 빈티지 카페, 야구장 등 이색 장소에서 열리는 미팅 파티를 선보이며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남녀가 마주 앉아 ‘맞선’을 보는 인위적인 형식을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취미를 곁들인 이벤트를 확대해 결정사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다.

여기에 법조인·의사·공무원 등 선호도가 높은 직업부터 은행·대기업 등 각양각색의 직종 단체와 제휴를 맺고 ‘초청 파티’를 기획하는 등 ‘만남의 기회’를 늘려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6월 한 제휴사 미팅파티에 참석한 공무원 박모씨는 “낯선 사람과 단둘이 만나는 자리는 어색하지만 여러명과 함께 게임을 하며 친해지는 파티가 열려 부담이 덜 했다”며 “한결 편한 분위기에서 이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직종이나 사람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결정사 미팅파티는 다양한 직업군을 두루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결혼에 대한 의지나 조건 등 눈높이도 맞출 수 있어 기대감이 높다”고 전했다.

◇재혼 매출도 20% 늘며 호조…”결정사 성장 계속될 것”

50~60대를 겨냥한 ‘재혼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 유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인 반면 60대 이상 남녀의 이혼 건수와 이혼율은 199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극단을 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50대와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 건수는 각각 1만3200건, 1만6000건으로 전년 대비 10.3%, 18%씩 올랐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 이혼 건수도 2017년보다 12.6%, 20.5% 급등했다.

황혼 이혼의 증가는 재혼시장의 ‘파이 확대’를 뜻한다. 20~30대 미혼남녀보다 상대적으로 만남의 기회가 적고 결혼에 대한 의지는 강하기 때문에 성혼율도 높은 편이다.

온리 유 관계자는 “2030 미혼남녀 결혼정보업의 매출 증가율은 최근 5년 간 5%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혼사업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며 “추세에 따라 재혼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배우자를 찾는 경향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조한 혼인율과 출산율이 동반하는 가족의 해체, 개인의 파편화가 ‘결혼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배우자를 찾는 것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심화된 개인주의와 불안정한 직장 등 사회적 요인으로 개인 간 단절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사람 만나기가 더 어려워진 세태에, 정(情)보다는 개인이 가진 조건과 스펙, 나아가 결혼 후에 주고받을 물질까지 계산하는 풍토까지 뚜렷해진 상황”이라며 “내 눈높이에 맞는 이성을 골라 만날 수 있는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결혼을 가족의 확장이라는 관계의 측면보다 ‘사업과 투자’로 보는 현대 풍속도에 대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조건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하면서 “앞으로도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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