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만화경] 세계 2위 탁구선수가 ‘성(姓)을 바꾼’ 사연

 

이미지중앙 2019 세계탁구선수권 남자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스웨덴의 마티아스 팔크.

[사진=팔크 인스타그램]

지난 4월말 한국 탁구계는 모처럼 뜨거웠다.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9 세계탁구선수권에서 약관의 안재현(20 삼성생명)이 ‘157위의 쾌거’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예선부터 경기를 치른 안재현은 파죽의 8연승으로 세계톱랭커들을 줄줄이 격파하며 이 대회 한국 남자단식 최연소 메달(3위)을 획득했다.

그런데 스웨덴은 더 난리가 났다. 이런 한국의 안재현을 4-3으로 꺾은 선수가 자국의 마티아스 팔크(28 Mattias Falck)였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아펠그린, 발트너, 페르손 등을 앞세워 세계선수권 남자단체전 5회 우승 등 한때 세계탁구계를 호령했던 나라다. 하지만 페르손 이후 좋은 선수가 나오지 않다가 이번에 팔코가 1997년(발트너 우승) 이후 무려 22년 만에 결승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방송은 준결승부터 긴급편성을 해 팔크의 경기를 생중계했고, 팔크는 비록 결승에서 마롱에게 1-4로 졌지만, 스웨덴 귀국 후 영웅 대접을 받았다. 심지어 스웨덴 탁구협회는 이번 준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의 팔크(Falck of the Year)’라는 상을 신설했다. 팔크가 탁구선수로는 포핸드에 쇼트핌들 러버를 쓰는 독특한 스타일인 까닭에 ‘언더독인 선수가 특별한 일을 해내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플레이를 시도할 경우’ 이 상을 주기로 했다. 상금 1만 크로나(SEK)는 팔크가 낸다.

흥미로운 것은 탁구팬들은 물론, 일부 탁구인들조차 ‘팔크가 누구야?’라고 의아해했다는 사실. 물론 모습을 확인한 후에 ‘아, 카를손(Karlsson)이었구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 16위였던 팔크를 탁구인들이 모를 리 없다. 그가 법적으로 성을 바꿨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27년이나 산 탁구스타가 왜 갑자기 성을 바꿨을까? 스웨덴의 코치로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팔크의 벤치를 봤던 ‘스웨덴 탁구의 전설’ 요르겐 페르손(53)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그를 통해 ‘작은’ 사연이 확인됐다.

이미지중앙 마티아스 팔크(왼쪽)와 그의 대표팀 코치였던 요르겐 페르손. [사진=페르손 제공]

“팔크는 지난해 7월 10년이 넘도록 사겨온 여자친구와 결혼하면서 여자친구(julia)의 성인 팔크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팔크는 16살 때부터 줄리아와 사겨왔다. 정말이지 서로를 배려하는 두 젊은이의 연애였다. 유럽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도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줄리아의 어머니가 불치병에 걸렸고, 지난해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이 어머니는 나보다도 나이가 어린 사람이었다. 병간호를 하고, 장례를 치르는 동안 줄리아가 많이 힘들어했고, 마티아스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나름 멋진 결혼식을 올리고, 성도 팔크로 바꿨다. 팔크는 줄리아 어머니의 성이다.”

이쯤이면 팔크가 참 좋은 남편일 것이라는 추측이 든다(실제로 T2대회 때 만난 적이 있는데 아주 성실하고 매너가 좋았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로까지 생각이 이어진다. 부모는 둘인데, 왜 굳이 아버지의 성만을 써야 하나? 우리네도 양성쓰기 운동도 있고, 민법이 개정돼 엄마의 성을 쓰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 아버지의 성을 따른다. 성(姓)에 대한 선택권이 사회적으로 억눌려 있는 것이다. 어머니도 아닌 장모의 성으로 개명한 스웨덴 탁구선수한테 한 수 배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이미지중앙 마티아스 팔크(오른쪽)와 아내 줄리아 팔크의 결혼사진. [사진=팔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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