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미녀 모델들의 추락…‘빅토리아 시크릿’에 등돌린 소비자들

체형, 인종적 다양성, 사회적 변화 반영 못한 천편일률적 美의 기준 제시

“오로지 한 종류의 몸이 아름답다고 강요” 비판

웩스너 CEO “발전하기 위해 진화하고 변화해야해”

2014년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런웨이에서 한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패션계의 내로라 하는 탑 모델들이 시그니처 코스튬인 날개를 달고 런웨이를 활보하는 유명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천편일률적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패션쇼의 메시지가 최근 사회적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소구하지 못하면서, 매해 고공행진하던 시청률마저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CNBC 등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인 L브랜즈의 CEO인 레스 웩스너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매해 열리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다시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네트워크 텔레비전 시장에서 란제리 패션쇼와 같은 현란한 행사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BC, CBS 등을 통해 약 20년간 중계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최근 몇 년간 시청률 기근을 겪고 있다. 지난 12월 패션쇼를 시청한 가구는 330만 가구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 맨하탄에서 한 여성이 빅토리아 시크릿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로이터=헤럴드경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다양성 부족’이다. 키크고 마른 모델들만이 등장하는 런웨이가 다양한 신체 사이즈와 인종, 그리고 트렌스젠더 등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마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가을 호주 출신 모델인 로빈 라울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빅토리아 시크릿은 여성들에게 오직 한 종류의 몸만이 아름답다고 말하면서 30년 동안 군림해왔다”면서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제 모든 연령과 체형, 민족의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구매력과 영향력을 인정해야할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빅토리아 시크릿도 이 같은 여론을 잘 알고 있는 듯 ‘변화’를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웩스너 CEO는 “패션은 변화의 사업으로 우리는 발전하기 위해 진화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어떻게, 무엇을,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란제리 시장에 등장한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빠르게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CNBC는 “서드러브, 리블리 같은 온라인 소매 업체는 빅토리아 시크릿이 패션쇼에 쓰는 비용을 시장 점유율 확보에 투입하고 있다”면서 “아메리칸 이글의 경우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모든 체형의 ‘진정한’ 여성에게 걸맞는 브랜드임을 성공적으로 선전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기존 빅토리아 시크릿의 주요 타깃이었던 여성들 중 빅토리아 시크릿 대신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응답자가 이전보다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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