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업가⑧-1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 미키마우스 동산을 미디어콘텐츠 제국으로

2005년 디즈니 정체성 되찾을 적임자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픽사를 시작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올해 폭스 인수로 ‘콘텐츠 제국’ 완성

[AP=헤럴드]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로버트 아이거가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에 올랐을 때 주가는 23달러 수준이었다. 그가 올해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발표한 뒤 디즈니 주가는 13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5년 아이거가 디즈니 CEO에 오른 뒤 현재까지 이룬 업적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주가 상승률 그래프로 설명했다.

어린이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던 디즈니 동산은 아이거의 손을 거치며 에어리언과 아이언맨, 데드풀 등도 함께 모여 있는 미디어콘텐츠 생태계의 제왕으로 거듭났다.

디즈니의 주인은 더이상 미키마우스가 아니다 = 아이거가 이끄는 디즈니의 외연 확장과 성장은 디즈니의 정체성을 지키자는 절박한 몸부림에서 시작됐다.

1923년 단순 만화제작 업체로 시작한 디즈니는 1955년 디즈니랜드 개장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1996년 미국 3대 방송사인 ABC방송을 인수하면서 거대 미디어기업으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이 획기적인 전환을 이끈 인물은 5대 CEO 마이클 아이스너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재무적 성과에 집착해 디즈니의 가장 큰 자산인 창조성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2004년 월트 디즈니 아들인 로이 디즈니가 벌인 퇴진 운동으로 이사회 의장에서 쫓겨난다.

뒤를 이어 CEO 자리에 오른 아이거의 당면 과제는 단순 명료했다. 디즈니의 창조성을 육성, 발굴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거는 디즈니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지 않았다. 디즈니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해 디즈니를 키웠다.

그 첫 대상이 픽사였다. 1990년대 토이스토리로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한 뒤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등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과 호평이 잇따른 스튜디오를 2006년 인수해 매너리즘에 빠진 디즈니를 한방에 깨웠다. 이어 2009년엔 마블을, 2012년엔 루카스필름을 인수합병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월에는 21세기폭스 인수합병 거래까지 마쳤다. 디즈니는 폭스 자산 중 스튜디오 및 TV채널 관련 자산만 인수했다. 몸집 불리기에 급급하지 않고 기존 디즈니 자산과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전략적 접근이었다.

아이거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닌 ‘플러스 알파’를 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재개봉과 리메이크, 그리고 기존 흥행작들의 후속작들이다. 특히 후속작 제작으로 아이거는 큰 재미를 봤다. 2003년 첫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는 전세계 극장 누계 수익이 6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디즈니가 제작한 네편의 후속작을 포함한 총 다섯편의 시리즈 누적 수익은 45억 달러에 달한다. 2010년 ‘토이스토리3’, 2016년 ‘도리를 찾아서’ 등 픽사의 작품을 이어 받아 내놓은 애니메이션도 이전 작품보다 더 큰 흥행을 기록했다.

자연히 폭스 콘텐츠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높다. 최근 아이거는 2027년까지 디즈니 주요 영화 라인업을 발표했다. 가장 관심을 끈 작품은 역시 전세계 극장 수익 1위 아바타다. 2009년 개봉해 27억88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아바타의 후속작은 2021년 말 개봉할 예정이다. 아이거는 아바타 시리즈를 5편까지 제작할 계획이다.

물론 아이거가 외부 수혈에만 기대 디즈니를 키운 건 아니다. 겨울왕국과 주토피아는 디즈니의 명성을 재확인한 명작으로 평가된다. 아이거는 새롭게 탄생한 콘텐츠와 캐릭터를 디즈니랜드로 적극 옮겨왔다. 2020년엔 홍콩 디즈니랜드에 겨울왕국 테마랜드가 개장할 예정이며 그 이듬해엔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주토피아 테마랜드가 들어선다. 끊임 없는 콘텐츠 개발과 이를 테마파크로 연결해 관람객을 모으는 선순환은 아이거의 지휘 하에 착착 진행되고 있다. 디즈니랜드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용료를 올려왔음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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