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업가⑧-2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 은퇴도 미룬 마지막 승부수 ‘디즈니+’

네 번이나 은퇴 연기…2021년 디즈니+ 궤도 올려놓고 은퇴 시사

넷플릭스에 맞서 유통시장까지 눈독

[로이터=헤럴드]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아이거의 야심은 이제 콘텐츠 유통시장 장악까지 뻗쳤다. 아이거는 네 번이나 은퇴하겠다고 시기를 못 박았지만 연기했다. 앞서 폭스 인수를 마무리한 올해 은퇴할 것이라면서 “이번엔 진지하다”고까지 말했지만 역시나 2021년으로 또 한 번 미뤄졌다. 그가 은퇴를 미룬 가장 큰 이유는 스트리밍 서비스(OTT) 성공을 위해서다.

아이거는 2017년 스트리밍 기술회사인 BAMTech를 인수하면서 OTT 진출 준비를 진행해왔다. 아이거는 CNBC와 인터뷰에서 “BAMTech 인수 성공이 OTT 야욕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만약 BAMTech를 인수하지 못했다면 폭스 인수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대한 결정이었다.

이후 2018년 4월 ESPN+를 출시하면서 OTT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올해 4분기 디즈니+로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디즈니+는 단순한 유통 채널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막대한 콘텐츠를 가진 디즈니가 독점적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하면 제작부터 유통까지 디즈니 천하가 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 OTT 강자인 넷플릭스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움직임은 정반대지만 지향하는 목표는 같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연간 700편의 콘텐츠를 자사 OTT플랫폼에서만 공개하는 것처럼 디즈니도 보유한 콘텐츠를 디즈니+를 통해서만 공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2016년부터 맺어온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끊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이 계약을 완전히 끊으면 디즈니는 매년 약 1억5000만 달러의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아이거는 자신만만하다. 넷플릭스로부터 얻지 못하는 이익은 디즈니+ 유로 구독료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아이거의 머릿 속엔 2015년 영국에서 선보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라이프’의 실패로부터 배운 교훈이 가득 차 있다. 디즈니라이프는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콘텐츠가 중복되는 등 별다른 장점이 없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했다. 월 사용료를 반값으로 내리는 파격 조치에도 구독자는 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영국의 엔터테인먼트 어플리케이션 가운데 넷플릭스는 1위였지만 디즈니라이프는 40위권에나 간신히 들 정도였다.

디즈니 임직원들이 실패를 말할 때 아이거는 BAMTech를 인수하고, 조직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최적화되도록 개편했다. 또 무조건 새로운 콘텐츠에 목매달기보다 오래된 인기 콘텐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포착해 적극 반영했다.

마침내 14일(현지시간) 스트리밍 업체 훌루 경영권까지 손에 넣으며 넷플릭스와 전면전 채비를 마쳤다. 11월 12일 미국을 시작으로 2020년초 서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디즈니+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월 이용료는 미국 기준 6.99달러다. 넷플릭스 스탠더드 플랜(월 12.99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디즈니의 진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WSJ은 디즈니+ 지출이 2024년까지 25억 달러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예상되는 운영손실은 2020년에서 2022년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콘텐츠 비용일 것이란 게 WSJ의 설명이다. 아이거의 임기는 언급한대로 2021년까지다. 후계자는 아직 안갯속이지만 누가 와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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