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11년, 왕좌의 게임 8년] 왕좌의 게임은 ‘동화’, 어벤저스는 ‘현실’?

왕좌의 게임, 중세 판타지 장르의 한계로부터 탈피

어벤저스, 미국이 처한 현실 투영

용과 좀비, 유혈낭자한 전투씬과 선정적인 나체가 등장하는 ‘왕좌의 게임’은 중세 영화는 지겹다라는 공식을 파괴시키면서 역대급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HBO의 흥행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마블 시리즈 영화 ‘어벤저스 : 엔드게임’은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단순히 장르적 특징과 현실과 다른 세계관이 이들의 성공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실제 고예산의 서사시를 표방했던 넷플릭스의 드라마 ‘마르코 폴로’는 기대만큼의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두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흥행이 ‘장르적 특성’만을 고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배경을 찾고 있다. 왕좌의 게임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란 다소 모순적인 수사가 붙는 것 역시 판타지 장르와 성인들이 원하는 장치들이 완벽한 시너지를 이뤘음을 의미한다. 물론 각각의 흥행 요소들을 배합하는 ‘황금 비율’이 타노스(어벤저스 시리즈의 빌런)의 ‘핑거 스냅’ 마냥 뚝딱 나타날리는 만무하다. 무엇이 어벤저스와 왕좌의 게임의 인기를 이끌었을까. 주요 외신과 평론가들은 이 같이 설명한다.

▶왕좌의 게임 속 피와 나체는 ‘신의 한 수’였다= 미국의 문화평론가인 켄 터커는 BBC에 기고한 ‘무엇이 왕좌의 게임의 인기를 만들었나’는 칼럼을 통해 왕좌의 게임 제작진들이 지루한 ‘중세적 배경’에 살벌한 전투장면, 성인물에 비견한 성적 묘사 등을 접목시켰으며 이는 “매우 현명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세 유럽, 그리고 신화적 세계를 중심으로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통상 역사적 서사를 담은 드라맘는 현실에 구속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왕좌의 게임은 성공을 위해 ‘절제’를 포기했다. 마치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배경 묘사와 가감없는 전투장면, 그리고 말그대로 무절제한 나체들을 가감없이 화면에 등장시켰다. 또한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컴퓨터 그래픽 역시 왕좌의 게임의 ‘무절제함’을 보여준다.

터커는 “왕좌의 게임은 초기 괴물 영화나 벤허와 같은 ‘칼과 샌들의 영화(고대 그리스, 로마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영화)’ 장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면서 “대너리스(왕좌의 게임 여주인공)이 올라탄 용이 불을 내뿜으며 적을 물리치는 것처럼, 왕좌의 게임은 장르적 한계에서 매우 자유롭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왕좌의 게임이 아주 단순한 도덕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에게 무언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 칼에 목이 잘려나가는 캐릭터들의 죽음을 지켜보자면, 마치 현실사회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고민들마저도 단 숨에 해소하는 것 같은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죽음과 싸우는 주인공들과 비교해 현대인이 갖고 있는 현실의 고민들이 다소 경미해 보이게 하는 효과는 덤이다.

터커는 “취업 시장에 다시 내던져지거나, 매달 대출을 갚기 위해 허둥대는 것이 두려워 보스에게 복종해야 할 때, 칼을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드라마의 직관적 내러티브는 시청자들에게 도피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한 미국의 보수지는 어벤저스 히어로들이 각각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어벤저스는 미국의 문화적 헤게모니와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어벤저스는 ‘히어로 무비’가 아니다 = 평론가들은 어벤저스가 단순히 히어로 무비라는 설명을 거부한다. DC의 흥망성쇠가 보여주듯, 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만으로는 11년 동안 이어져온 팬덤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벤저스의 인기에 대해서 평론가들은 수 많은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어벤저스가 MCU라는 독자적 세계관 안에서 ‘현실 세계’를 구현했으며, 관객들은 어벤저스를 통해 재미 뿐만이 아니라 현실세계를 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한 보수지의 분석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내셔널리뷰(National Review, NR)는 “왜 어벤저스는 전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을까”란 기사에서 어벤저스를 그 어느 영화보다 미국적이며, 각각의 캐릭터는 서로 다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NR에 따르면 아이언맨은 기술의 역동성과 실리콘 밸리의 ‘오만’을 구현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의학 발전의 상징이다. 블랙 팬서는 인종적 적대감에서 다문화에 대한 포용성이 높아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의미한다. NR은 엉성하지만 자비롭고, 정의를 위해서는 피해를 감수하는 헐크의 모습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상반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어벤저스에 담긴 메시지의 핵심은 ‘다양한 여럿으로 이뤄진 하나(e pluribus unum)’다. 닉 퓨리가 만든 어벤저스 팀은 인종적으로 다양하고, 심지어 거대 우주란 세계관 상에서는 ‘티끌’과 같은 지구적 존재에 불과하다.

NR는 어벤저스가 이 같은 암묵적인 메시지를 통해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고 평했다. 오늘날 어벤저스가 불러일으키고 있는 전세계적 열풍이 글로벌 시장 내 미국의 문화적 헤게모니와 같은 선상에 있다는 설명이다. NR은 “어벤저스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수 많은 나라들이 동경하는 미국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면서 “어벤저스는 외부인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개방정책을 취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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