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웬만한 부자도 미술 시장서는 맥 못춘다

제프 쿤스 ‘더 래빗’ 크리스티서 1082억원에 팔려

미술품 시장 성장했지만, 유명 화가와 대형 화랑에만 거래 집중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경제의 단편”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역대 최고 낙찰가인 9107만 5000달러(한화 1082억 5000만원)에 거래된 제프 쿤스의 토끼 조각(The rabbit) [로이터=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술품 수집 시장은 유독 부유한 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기본 수억원에서 수십,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미술작품을 사들이기 위한 유력 경매 시장은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진다.

이렇듯 미술품 수집은 늘 배타적인 활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명 미술품을 둘러싸고 억만장자들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에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제프 쿤스의 토끼 조각(The rabbit)이 역대 최고 낙찰가인 9107만 5000달러(한화 1082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지난해 11월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이 최고 낙찰가(1073억원) 기록을 갈아치운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웬만한 재력으로는 미술 시장에 ‘명함’을 내미는 것조차 힘들어진 것이 오늘날 미술 시장의 현 주소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고 낙찰가가 경신되는 일이 최근들어서 더 잦아졌다”면서 “심지어 부자들도 제프 콘스를 사기 위해서는 충분히 부유하지 않다”라고 보도했다.

세계 경기가 부침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미술 시장만큼은 주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아트바젤과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120억 달러 규모였던 미국의 미술 시장은 지난해 거의 3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문제는 소수의 대형 화랑, 그리고 유명 예술가의 작품으로의 쏠림 현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100만 달러 이상인 미술품 가격은 시장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거래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전체의 3%에 불과했다. 이 격차는 살아있는 예술가의 작품이 미술관에서 매진되는 현대 시장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난다. 지난해에는 상위 20명의 예술가들의 매출이 시장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매출 상위 5%인 대형 화랑은 전체 미술품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소규모 화랑의 매출은 지난 몇 년동안 감소했다.

바젤/UBS 보고서의 저자 클레어 맥앤드류는 이른바 ‘부유하지만 부유하지 않은’ 수집가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미술품 구입을 중단했으며 경제가 회복된 후에도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들은 제프 쿤스,데이비트 호크니와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을 살 여력이 없는 데다, 1000억원이 오가는 경매시장을 보면서 자신들이 구입할 수 있는 6000만원 상당의 그림들은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는 설명이다.

결국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미술작품들을 취급하는 중간 규모의 화랑들은 초부자들이 득세하는 오늘날 미술품 시장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렇다고 대형 화랑이 득세하고 중소 화랑들이 쇠퇴하는 악순환이 끊을 수 있는 문제인지도 불분명하다. 중견 화랑들이 몸값이 높은 기성화가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유망주을 육성한다고 했을 때, 이후 성공한 유망주들은 더 큰 갤러리를 찾아나서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몸 값이 높은 예술품들이 대형 화랑에만 집중되는 현상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NYT는 “극도의 부자들이 평범한 예술에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고, 그들만큼 부유하지 않은 이들을 배척하는 시장은극도로 양극화된 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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