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스피드? 그게 다가 아니야’

MLB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류현진. [사진=LA다저스 페이스북]

MLB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류현진. [사진=LA다저스 페이스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택수 기자] 류현진이 메이저리그(MLB) 진출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9시즌 류현진의 기록은 5승 1패, 평균자책점(ERA) 1.72이다. 8번의 선발 등판에서 52.1이닝을 던졌을 정도로 뛰어난 이닝 소화 능력을 선보이고 있으며, 54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단 3개만을 내줬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0.73에 불과하다. 

그런데 류현진의 투구 내용을 살펴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기록이 있다. 바로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다. ‘팬그래프닷컴’에 의하면 류현진의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시속 90.9마일(약 146km)을 기록했다. 지난해 MLB 평균 포심 패스트볼 구속인 92.8마일(약 149km)보다 현저히 느리다.

투수에게 최고의 무기는 빠른 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빠른 구속은 그 자체로 훌륭한 무기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리그 평균 이하의 구속을 가지고 어떻게 MLB를 평정하고 있는 것일까? 비결은 바로 변화구의 완성도와 제구력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과 더불어 투심 패스트볼,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총 5가지 구질을 사용하고 있다. MLB 데뷔 이래 포심의 구사 비율(30.8%)이 가장 낮아진 반면, 지난해 장착한 투심 구사율이 14.3%에 달한다. 류현진의 투심은 시속 90.4마일(약 145km)로 포심과 거의 구속차가 나지 않으며, ‘지저분한 공끝’으로 무수히 많은 땅볼을 유도해내고 있다.

커터의 성공적인 장착 또한 눈에 띈다. MLB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체인지업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현재, 커터라는 또 하나의 무기가 추가됐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주로 우타자를 상대로만 땅볼 유도 목적으로 커터를 구사했다. 올 시즌에는 좌타자를 상대로도 헛스윙을 유도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커터를 던지고 있다. 현재까지 류현진의 커터는 피안타율 0.150, 피장타율 0.275을 기록하며 체인지업(피안타율 0.121, 피장타율 0.207)에 이어 두 번째로 훌륭한 기록을 보이고 있다.

제구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류현진은 자타공인 현재까지 MLB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다. 9이닝 당 볼넷 허용 1위(0.516), 탈삼진/볼넷 비율 1위(18.0)의 압도적인 기록이 보여주듯 많은 탈삼진을 잡아내면서도 볼넷을 거의 내주지 않고 있다. 아무리 변화구의 각이 예리하더라도 원하는 곳으로 제구가 되지 않는다면 타자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현지 언론에서 사이영상 후보로 류현진의 이름이 언급되는 등 류현진은 그야말로 ‘역대급’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지는 않지만, 완성도 높은 변화구와 제구력을 바탕으로 리그를 정복하고 있다. FA 재수 시즌을 맞아 지금의 환상적인 모습을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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