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국회 출구전략, 여야 각각 다른 셈법 충돌

사과보다는 수위 낮은 유감표명으로 국회열지 주목

한국당 장외집회 끝나는 날, 국회 소집요구 ‘시간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회 정상화 방안 논의를 위한 ‘호프 타임’ 회동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바터(교환)’는 유감표명, 시점은 최소 5월 내 시정연설.

국회 정상화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이 실무적 협상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사과할 수 없고, 고소고발도 취하할 수 없다’는 당차원의 결단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고민이 엿보인다. 유감표명과 5월 내 시정연설은 그 사이에서 찾은 전략 중 하나다.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그림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24일 이전 국회를 열고자 하는 의지가 약하다. 그때까지는 장외집회 일정이 잡혀 있는데다가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지도부가 원외집회로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따라서 24일 이후, 5월 이내 시정연설 시간표를 고심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주 내 시정연설을 원하고 있지만, ‘최대한 빠르게 한다’는 의지의 연장선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 등 핵심 관계자는 이에 24일 국회 소집요구서를 내고, 27일 혹은 28일에 시정연설을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국당이 장외집회 등 할 것을 다하고 들어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소집요구서는 24일에 내는 것이 되니 괜찮은 그림”이라고 했다. 한국당 쪽 협상자인 나경원 원내대표 입장을 살려주면서 민주당도 최대한 빠르게 일을 할 수 있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 대립정치만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여권 내에서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명분은 유감 표명으로 가닥이 잡혔다. 원내지도부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이라는 것이다. 고소고발 취하는 국회 선진화법을 민주당이 무시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로 보인다. 한국당도 이를 알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따라서 사과보다는 약한 유감 표명 정도가 민주당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으로 여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감표명의 ‘목적어’를 무엇으로 하느냐는 아직 남은 과제다. 민주당은 일단 국회 파행을 잡았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이라고 규정하고서 사과하라는 한국당의 주장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한국당이 선진화법을 무시한 채 회의장을 점거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자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긴 어렵다. 일단 민주당은 가안을 만들어 한국당에 전달한 상태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전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호프회동을 했으나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이르면 이날부터 회동을 이어갈 예정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또 내일도 계속 만날 생각”이라며 “추가경정예산이 너무 급하다. 사실 지난주에 시정연설을 해야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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