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로 ‘화웨이 보이콧’에 맞불? …“별 효과 없는 도박”

중국 환구일보 “희토류 독점으로 미국 기술분야 생명줄 통제”

전문가 “희토류 제한 영향 과대평가 돼 있어”

희토류 생각보다 희소성 크지 않아…CNN “시 주석 잘못된 도박 시도”

중국의 희토류 제련 공장 [로이터=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자국 희토류 관련 업체를 방문하면서 미국이 ‘화웨이 고립 정책’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맞불을 놓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희토류를 지렛대로 현 시국을 돌파하겠다는 중국의 전략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과 레이저, 미사일 시스템, 초전도체를 비롯해 다수의 첨단 기술 장치들의 생산에 필수적인 재료로, 중국 현지 및 주요 외신들은 희토류 공급을 틀어막는 것이 대(對)미 압박용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희토류가 그리 드물지 않으며, 희토류를 추출하고 정제하는 것이 어려울 뿐 중국의 조치가 미국 내 희토류 유입을 봉쇄하지는 못할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CNN은 21일(현지시간) 중국의 타블로이드지 환구시보의 보도를 인용, 현재 중국 정부는 미국 내 희토류 수급이 ‘중국의 손아귀’에 있으며, 희토류 독점을 통해 미국의 첨단 기술분야의 ‘생명줄’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희토류 산업을 재건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면 수 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만큼 긴 시간”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 지질조사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7년까지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의 80%는 중국으로부터 수입됐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도 희토류 광물에 대한 관세는 부과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0년에도 희토류를 ‘지렛대’로 활용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 어선의 선장이 일본에 억류되면서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 분쟁이 최고조로 치닫자 중국은 일본에 대한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즉각 억류하고 있던 선장을 석방조치 했다. 이 사건은 중국의 희토류 장악력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경종을 울린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부들이 중국 화웨이 매장에 간판을 걸고 있다. [AP=헤럴드경제]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이 다시 희토류 카드를 집어들 가능성이 제기되자 전문가들은 “위협을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 대(對)중 강공세를 이어가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희토류에 대해 미국정부에 조언해 온 텍사스대학교 경제학자 유진 골츠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지렛대’가 2010년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근거는 없다”면서 “희토류 제한을 카드로 활용하는 것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으며,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책 입안자들이 원자재 위협 앞에서 너무 빨리 혹은 너무 확대적으로 행동해야한다는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드물다(희ㆍ稀)’는 뜻을 가진 이름과 달리 생각보다 희토류의 희소성이 높지 않다는 것 또한 중국의 희토류 제한이 제 역할을 못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CNN은 “희토류는 추출하고 정제하는 것이 어렵고 환경 파괴적이기는 하지만, 몇몇 희토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의 일부”라고 밝혔다.

또한 석유나 다른 원자재와 달리, 희토류는 지속적으로 공급돼야할 필요성이 적다. 희토류를 사용하는 많은 제품들은 아주 적은 양의 희토류만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또한 미국은 주요 희토류 자재를 상당량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위협에 쉽게 굴복할 이유가 없다.

CNN은 시 주석이 희토류로 또 한번의 ‘잘못된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무역협상 막바지에 잘못된 판단을 함으로써 고율관세와 화웨이 단속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만큼, 지렛대를 신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CNN은 “중국은 ‘희토류’ 카드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또 다른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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