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연일 ‘안철수 핑퐁’

당권파·퇴진파 ‘안심(安心)’ 대변 자처

안철수 뜻 상관없이 복귀한 모양새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바른미래당 내 당권파와 퇴진파 모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거듭 거론하고 있다. 연일 대립하는 두 계파는 서로가 ‘안심’(安心)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행동에 정당성을 더하는 중이다. 지난해 9월 독일로 간 안 전 대표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실상 정치권에 복귀한 모양새가 됐다.

장진영 바른미래 당 대표 비서실장은 24일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 “안 전 대표의 의중으로 밝혀진 게 없다”고 했다.

장 실장은 과거 국민의당 시절에 안 전 대표와 한솥밥을 먹었다. 손학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둔 문병호 전 의원과 함께 범(凡)안철수계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손 대표의 비서실장직을 수락하며 당권파에 선 장 실장은 그래서 공공연히 안 전 대표를 언급해도 어색하진 않아 보인다는 평가다.

그는 전날에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대표의 뜻은 알 수 없고 아무도 모른다”며 “(소위 안철수ㆍ유승민 연합에 대해)안 전 대표가 곤혹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가 퇴진파로 돌아섰다는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당권파는 한 발 더 나아가 ‘안심’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말도 하고 있다. 당장 손 대표가 최근 사석에서 안 전 대표가 총선 전 복귀해야 한다며 등판론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진다. 손 대표 편의 채이배 의원도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복귀할 때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중도 자리를 지키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들이 당권을 지키는 게 안 전 대표를 위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바른미래 안팎에서 안 전 대표가 거듭 언급되는 데는 그의 특수한 위치 때문이다. 독일에 있는 안 전 대표는 현안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ㆍ서울시장 후보를 모두 지낸 안 전 대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당 문제와 관련, 당의 공동 창업주인 그의 뜻을 넘겨볼 수만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퇴진파는 당권파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낸다. ‘안심’이 퇴진파에 힘을 싣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에 속하는 이태규 의원부터 퇴진파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최근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의 통합정신이 훼손돼선 안된다고 했다”고 했다. 이 말은 안 전 대표가 손 대표 퇴진을 염두에 둔 말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당시 손 대표와 호남계 의원 일부가 민주평화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설이 있던 와중이다. 퇴진파의 이 의원을 ‘메신저’로 택한 일부터 이미 마음을 정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손 대표 퇴진을 공약으로 한 유승민계의 오신환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때 안철수계 의원들이 몰표를 준 일 또한 안 전 대표의 의중이 담긴 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원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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