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민심은 ‘반드시 브렉시트’…’포스트 메이’ 누가되든 힘겨울듯

‘브렉시트 강경파’ 존슨 유력…인종차별에 반감도 존재

보수당 화합·브렉시트 해결 능력은 ‘글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로이터=헤럴드경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로이터=헤럴드경제]

영국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23일부터 26일(현지시간)까지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계획했던 지난 3월29일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는 이뤄지지 못 했다.

의회에서 번번이 영국과 EU간의 합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결국 10월31일까지로 탈퇴 시점이 미뤄지면서 영국은 선거에 참여했다.

유권자들의 불만은 당연히 국민의 뜻으로 결정된 브렉시트의 진행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에 쏠렸다. 그 결과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선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신생 브렉시트당이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가 나타났다.

브렉시트당은 말 그대로 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하고 영국의 자주권을 포기하는 어떠한 국제기구 가입이나 조약 체결에도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다. 패라지 당 대표는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국민의 뜻이라고까지 말한다.

이는 다음 달 사임하겠다고 밝힌 테리사 메이 총리 후임으로 보수당에서 어떤 사람이 뽑히더라도 험난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브렉시트를 좌초하게 한 책임은 보수당에 크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수당 내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꼽힌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보수당 대표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비롯해 도미니크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 안드레아 리드썸 전 원내대표 등 8명이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강력하게 비판해온 존슨 전 장관은 보수당원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된 여론 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는 강경론자로서 서로 성향이 비슷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은근한 지지도 받고 있다.

하지만 NBC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그를 ‘폴리테이너’(연예인같은 정치인)이자 위험한 ‘포퓰리스트’(대중추수론자)로 평가한다. 1964년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태어난 그는 2006년까지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었다. 이튼과 옥스포드 등 영국 명문 교육기관에서 교육받고 1980년대에 런던타임스에 입사했지만 곧 해고된다. 인용구를 조작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후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브뤼셀 통신원으로 합류했고 현재까지도 이 매체에 매주 칼럼을 쓰고 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일부 케냐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선조 때부터 대영제국에 비호감’이라고 비난했다. 작고 새까만 흑인 아이를 부르는 ‘피캐니니’(piccaninny), 흑인들이 좋아하는 싸구려 과일을 의미하는 흑인 비하적인 표현인 ‘수박’(watermelon) 등의 표현을 공공연하게 썼다.

200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깃발을 흔드는 피캐니니들’ 때문에 영연방을 즐겨 방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가 콩고를 순방할 때는 그가 ‘수박 웃음’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엉뚱하고 파격적인 행동은 그의 정치 경력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축하 행사에서 집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다가 거대한 덩치 탓에 중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망신을 산 적도 있다. 그는 공중에 매달린 채 천연덕스럽게 영국 국기를 흔들었다. 런던 시장 자격으로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 초등학생 럭비 경기에 나가 질주하다가 10세 꼬마 선수를 깔아 뭉갠 일도 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각종 여론 조사에서 보수당 당원들은 브렉시트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노딜로 EU를 떠나는 경우조차도 선호한다. 존슨 후보는 그런 관점에서 가장 선호되는 인물이다. 지난 24일 그는 스위스의 한 경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딜이든 노딜이든 10월31일 EU를 떠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가 총리가 되더라고 안팎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만날 것으로 본다. 특히 EU와의 관계 문제를 둘러싼 보수당의 분열을 봉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메이를 비롯해 데이비드 캐머런, 존 메이저, 마가렛 대처 등 쟁쟁한 전 총리들조차도 EU 문제로 인한 분열로 당내 지도력이 흔들렸다.

또 친 EU주의자들은 특히 브렉시트 관련해 존슨 전 장관이 ‘영국이 매주 3억5000만파운드를 EU에 보낸다’는 근거없는 말로 브렉시트를 선동했던 것을 곱지 않은 눈길로 본다.

현재까지 집계 결과 유럽의회 선거에서 보수당은 5위, 노동당은 3위로 주저앉았다. BBC에 따르면 보수당은 지난 선거에서 25%를 득표한 데 비해 이번 선거에서는 10%도 채 득표하지 못하고 있다.

존슨 후보는 이번 결과를 유권자들의 ‘최종 경고’라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는 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방법으로 EU로부터 나오는 것’이 이를 피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총리 후보 중 하나인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은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선이 실현 불가능한 것을 약속하는 이들이 더 힘을 얻는 경쟁이 될 것이라면서 “그중 가장 가장 극적인 것은 ‘노딜 브렉시트’를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회는 메이 총리가 EU와 내놓은 합의안도 거부했지만 노딜 브렉시트도 찬성하지 않았다.

보수당은 오는 7월 말까지 메이 총리를 이을 당 대표를 선출한다. 보수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려면 하원의원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 다음 계속 투표를 실시해 가장 득표수가 적은 후보를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최종 후보 2명을 남긴다. 이후 약 12만5000명에 달하는 영국 보수당원들의 우편 투표를 통해 당대표를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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