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투표율 20년 만에 최고…‘극우정당ㆍ녹색당 약진’ 왜?

‘반EU vs 친EU’…유럽의회 투표율 51%로 급상승

극우 정당 약진…영국ㆍ프랑스 극우 정당 1위 차지

유럽국민당, 사회당 등 기성정당 과반 체제 붕괴

자유민주당, 녹색당…‘캐스팅보트 역할’로 몸값 상승

극우 성향의 영국 브렉시트당을 이끄는 나이절 패라지(사진 왼쪽) 대표가 유럽의회선거 예상 결과 발표에 기뻐하고 있다.[AP=헤럴드경제]

세계적인 민주주의 축제로 불리는 유럽의회 선거가 26일(현지시간) 51%의 높은 투표율 속에 막을 내렸다. 유럽 통합을 둘러싼 찬반 열기 속에 기성정당의 몰락과 함께 극우정당과 녹색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새로운 정치 지형을 바탕으로 향후 5년 간 유럽연합(EU)의 정책 결정이 보다 복잡한 정치구도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이 51%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년 간 최고치 기록이다. 지난 1979년 첫 선거 때 61.8%를 기록한 뒤 계속 낮아지면서 지난 2014년에는 42.6%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에 40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유럽 통합의 꿈’을 둘러싼 유권자들의 찬반 토론이 치열하게 펼쳐졌기때문이다. 실제로 반(反)EU를 외치는 민족주의 성향의 극우 정당들의 선거 참여전에 맞서,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친(親) EU 성향의 유권자들도 대거 투표에 나섰다.

높은 열기 속에 진행된 투표 결과는 ‘녹색당과 극우정당의 부상’과 ‘기성정당의 몰락’으로 요약된다. 특히 가장 관심을 모았던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의 부상은 예상대로였다.

26일 투표 종료 이후 유럽의회가 정치그룹별 예상의석 수를 분석한 결과, 3개 그룹으로 나눠져 있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전체 유럽의회 의석 751석 가운데 17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국민당(EPP) 다음으로 많은 수준으로, 3개 그룹이 하나의 교섭단체를 형성할 경우 유럽의회 제2당으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에선 극우 정당이 모두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영국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꼽히는 브렉시트당의 경우, 기존 보수당과 노동당을 넘어서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오전 0시30분(현지시간) 기준 46명의 유럽의회 의원이 확정된 상황에서 브렉시트당이 21명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도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24%~24.2%의 지지율로 마크롱 대통령의 LREM(22.5~23%)을 근소한 차이로 앞지르며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이 최다 득표 정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EPP의 경우 1당은 유지할 전망이지만 현재(217석) 보다 39석이 적은 178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EPP와 다음으로 제2당을 구성하던 사회당(S&D) 그룹은 현재 의석수보다 39석 줄어든 147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정당들이 삼국시대를 마치고 하나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EPP와 S&D그룹의 과반체제를 유럽의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허물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유럽의회에서 반 난민 정책에 실리는 힘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녹색당의 부상은 기성 정당의 몰락을 초래했다. 중도 우파 정당인 EPP의 몰락에 극우 정당이 작용했다면, 중도 좌파 정당인 S&D 그룹의 몰락은 녹색당 계열이 주요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의 경우 현재보다 18석을 늘리며 총 7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독일 선거에서 녹색당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독일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22%의 득표율을 기록,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 기사당 연합의 득표율인 28%에 이어 제2당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PP와 S&D그룹의 과반체제가 붕괴된 유럽의회에서 유럽 통합을 강조하는 자유민주당(ALDE) 그룹과 녹색당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극우 정당의 경우, 유럽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유럽국민당과 사회당 그룹이 연합을 형성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 의회의 지형 변화를 가져온 극우 정당의 부상은 이미 예고됐던 부분이다. 지난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시 프랑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이 26%의 득표를 바탕으로 프랑스 몫 유럽의회 의석(74석)의 3분의 1가량인 24석을 차지했으며, 영국에서도 브렉시트를 이끈 영국독립당(UKIP)이 28% 득표율로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녹색당 역시 독일을 중심으로 지지율을 높이면서 영향력 있는 정당으로의 부상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스웨덴 16세 소녀의 등교 거부 운동 등을 계기로 기성세대를 겨냥한 기후변화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됐다.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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