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 질병’ 이슈 한국 게임업계엔 큰 재앙”

개막 앞둔 ‘컴퓨텍스2019’ 표정

대만 “규제보다 지원, 끄떡없어”

일본 “이미 자체 정화작업 마쳐”

국내기업 “규제·중국 장벽” 삼중고

[박세정ㆍ채상우(타이페이) 기자] “게임 질병 이슈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세계 최대 컴퓨터 전시회 ‘컴퓨텍스 2019’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이하 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질병 등재에 타격이 크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행사장에서 만난 게이밍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이 답변했다.

WHO가 지난 25일 ‘국제질병분류기호 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을 질병으로 인정해 국내 게임 업계가 이를 ‘재앙’ 수준으로 받아들인 것과 달리 대만은 평온 그 자체였다. ▶관련기사 10면 행사장에서 만난 또 다른 대만 게임업계 관계자도 “우리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고, 전날 방문한 타이페이 최대 전자상가 광화상천에는 게이밍 노트북을 구입하기 위해 온 손님들도 북적였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사실상 공식 분류됐음에도 아시아 게임 시장 다크호스로 부상한 대만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다.

일본도 국내와 달리 게임 규제 완화 기조가 자리잡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반면 국내는 정부가 그간 게임을 규제 대상으로 강력히 간주해 오고 있어 게임중독이 질병 등재 파장이 아시아 게임 시장 중 한국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게이밍 노트북 전문기업 ASUS의 제이슨 우 한국 지사장은 기자와 만나 “대만 정부는 게임을 중독을 일으키는 매개체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과 가장 큰 차이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우 지사장은 “게임시장의 가능성을 엿본 대만 정부는 최근 본격적으로 게임시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며 “현재로서는 규제보다는 지원을 통해 게임시장을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국내와 달리 대만이 게임 질병코드 이슈에서 빗겨간 이유는 게임을 규제가 아닌 산업으로 키우려는 대만 정부의 확실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만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으로 2013년 10억82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였던 게임시장 규모가 올해 23억2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중국, 한국에 이어 아시아권 4위 규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임 출시를 위한 별도의 판호(허가) 발급이 필요하지 않고 확률형 아이템 등 게임 관련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대만 정부의 게임 육성 정책에 따라 대만은 향후 세계보건기구(WHO)의 ICD-11을 적용하지 않을 여지도 크다.

대만은 ICD와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질병분류(DSM)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DSM에는 게임 질병 분류에 대해 ‘논의가 더 필요한 사안“으로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게임 질병코드 등재의 충격 여파가 국내 만큼 크지 않은 것은 아시아 최대 게임 시장인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게임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었지만 최근들어 다시 게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그동안 도박으로 분류, 불법으로 규제했던 e스포츠를 2017년 12월 도박 분류에서 해제시켰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이미 게임 질병에 대한 자체적인 정화 작업이 마무리 돼 게임 중독에 대한 이슈가 마무리가 된 상태“라고 전했다.

반면,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질병 등재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정부의 규제, 중국 시장이라는 높은 문턱에 이어 게임질병 등재까지 삼중고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보건복지부는 부처, 단체,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내달 구성하고 한국표준질병분류(KCD)에 적용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게임업계는 게임질병 등재로 인한 ‘게임중독세’ 부담이 가중될 처지에도 처했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 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게임 중독세는 담배와 술 등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의미한다. 게임사 매출의 1% 이상이 국민건강부담금으로 도입될 여지가 크다.

판호 발급이 중단돼 문턱이 막힌 중국 진출에 더욱 악재가 될 여지도 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도 게임을 질병으로 규제할 경우, 한국 게임은 질병이라는 딱지가 붙을 여지가 있다”며 “중국에서는 국내 게임의 유입을 더욱 막는 명분이 될 수도 있어 중국 진출 길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게임학회는 오는 29일 국내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88개 단체가 참여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를 출범, 대응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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