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멕시코 관세부과 경고…현지진출 한국 기업 ‘비상’

작년 생산량 48% 대미 수출 기아차 ‘긴장’

삼성ㆍLG 등 전자업체들도 대응책 마련 분주

[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산 전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자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30일(현지시간) 6월 10일부터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미 이민자의 미국 유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0월까지 점진적으로 25%까지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에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기아차를 비롯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따르면 각 기업은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본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경고가 현실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한국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 등 투자 환경이 유리한 데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혜택인 무관세로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할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해 멕시코에 진출했다. 나프타는 지난해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협정(USMCA)으로 대체돼 현재 3국의 의회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이 수출입은행 통계 등을 토대로 추산한 멕시코 현지 진출 기업은 작년 기준으로 400여곳에 달한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ㆍ전자 업종 기업들의 대다수는 생산물량 중 상당량을 미국 등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 공략과 대미 수출 전진기지다. 기아차는 누에보 레온 주 페스케리아 시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2016년 5월부터 준중형차 K3(현지명 포르테) 생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당시 현대 모비스 등 부품 협력사 10여 곳도 멕시코에 동반 진출했다.

기아차는 현재 페스케리아 공장서 리오 세단과 해치백, 포르테, 현대차 액센트 세단ㆍ해치백 등 5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기아차 멕시코는 지난해에 29만4600대를 생산해 약 48%에 해당하는 14만1800여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은 작년 처음으로 미국 공장 생산량(23만9700대)을 앞질렀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대로 관세부과를 강행하면 기아차 멕시코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기아차 멕시코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본사와 협의해서 신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진출해 있는 가전업체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 등 2곳에 냉장고와 TV 생산공장이 있는 삼성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를 예상하기가 불투명하고 혼란스럽지만 차분하게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지만,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물리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멕시코 멕시칼리와 레이노사 등지에 냉장고와 TV 등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LG전자도 당분간 사태를 예의주시하자는 입장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LG전자 TV의 대부분, 냉장고는 3분의 1가량이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어져 공급된다.

전자제품 업체들은 대미 수출을 위해 멕시코에 주요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곳이 많아 고율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최악의 경우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멕시코에 자동차 강판 공장 4곳을 운영하며 내수판매에 주력하는 포스코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비중이 작지만, 대미 수출 관세가 올라간다면 가장 큰 수요처인 멕시코 자동차 업황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판매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멕시코 정부와 재계 역시 정면대응보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대처하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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