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하 카드 만지작…한국 인하 가능성 더 커졌다

WSJ “연준 이르면 이달 인하”…한국 국채금리 모두 기준금리 밑돌아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각국 중앙은행 역할 다시 부각돼” 

[pexels-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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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열린 금통위 5월 정례회의에서 이미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제기된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금통위도 이르면 다음 정례회의인 7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수출 급감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속보치(-0.3%)보다 -0.1%p(포인트) 더 낮게 나왔고 7년 만에 경상수지가 적자(4월)를 기록하는 등 경기지표 부진이 이어진 바 있다. 그동안 금통위가 과도한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불균형에 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펼쳐왔는데, 더 이상 경기 부진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논의하면 금통위 입장에서도 금리 인하를 위한 좋은 핑곗거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가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과 무역분쟁 장기화·멕시코 관세 갈등 심화…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

7일(한국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주말부터 연준의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사전회의가 진행된다”며 “경기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어서 당장 이번 달이 아니라면, 다음 달 또는 그 이후의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FOMC 정례회의는 오는 18~19일(한국시간) 열린다.

미국의 실물경기가 눈에 띄게 악화한 것은 아니지만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미국과 멕시코 관세갈등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침체에 선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4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둔화를 대비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시사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GDP 호조 등 1분기까지 미국 지표가 나쁘지 않았는데 2분기 성장은 1분기보다 꺾일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 데이터가 7월 FOMC 전에 나오는 만큼 금리 인하 조건이 구체화된 7월부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요소를 빼고 미국의 지표만 보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상황이 더 안좋아지기 전에 한 차례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0.25%p) 인상한 이후 동결을 유지해 온 금통위도 금리 인하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1분기 경제지표가 악화됐음에도 금통위는 금융불균형을 강조하며 지난달 31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금통위는 정례회의 직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불활실성이 커졌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시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국고채 장단기물 금리는 모두 기준금리(1.75%)를 밑돌고 있다.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542%로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1년물(1.595%), 5년물(1.567%), 10년물(1.654%) 뿐 아니라 초장기물인 20년물(1.692%)과 30년물(1.704%) 금리까지 모두 연저점을 경신했다. 글로벌 금리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줄줄이 내려가는 추세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며 “금통위 당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매파적(통화긴축)으로 발언했음에도 시장금리는 빠졌는데, 이 사례만 봐도 시장은 이미 인하쪽으로 움직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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