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강인했던 에이스 이강인, 이제 ‘미래’가 아닌 ‘현재’다

정정용호, 승부차기 끝에 세네갈 꺾고 36년 만에 4강 재현

정정용 감독의 대표팀이  U-20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이강인이 1골 2도움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정정용 감독의 대표팀이 U-20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이강인이 1골 2도움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나서는 정정용호 구성원 중 가장 어린 18세 이강인은 ‘막내 형’이라는 흥미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냈을 만큼 필드 안팎에서 큰 존재감을 보였다. 대회 전부터 손흥민에 버금가는 뉴스가 양산됐을 정도의 영향력이었다.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팀의 대다수보다 어린 선수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의문부호들이 떠돌았다. 워낙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기에 다른 선수들이 느낄 소외감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막내 형’은 ‘진짜 형’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애정 속에 확실한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리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정상급 클럽으로 꼽히는 발렌시아가 왜 자신을 애지중지하는지 실력으로 입증했다. 이제 이강인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9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의 비엘스코 비아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지난 1983년 박종환 사단이 썼던 4강 신화가 36년 만에 재현됐다. 이날도 정정용호의 중심은 이강인이었고, 승리의 주역도 ‘막내 형’이었다.

이강인은 누구보다 크게 애국가를 부르며 전의를 다졌고 기념촬영 후 형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등 시작부터 리더십을 발휘했다. 전반 1분이 지나기도 전에 다소 먼 거리에서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한 것도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집중견제를 피할 수 없었다. 이강인에게 패스가 향하는 찰나 복수의 수비수들이 공과 함께 접근하는 등 한순간도 편한 순간이 없었다. 그래도 이강인은 달랐다. 자신보다 훨씬 체격조건이 좋은 이들 사이에서도 정교한 컨트롤과 탄탄한 기본기로 공을 잘 간수했다.

필요할 때는 당당한 몸싸움으로, 때로는 마르세유 턴과 같은 개인기로 이겨냈으니 소위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홀로 고집한 것도 아니다. 아주 넓은 시야와 빠른 판단 그리고 그 생각의 속도에 힘을 더해주는 환상적인 왼발로 적재적소에 공을 뿌렸다. 이런 플레이 속에서 한국이 터뜨린 3골에 모두 관여했다.

후반 17분 얻은 페널티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키커로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0-1로 뒤지고 있던 상황, 모두의 바람이 18세 막내의 어깨를 짓눌렀으나 어린 리더는 침착하고 정확한 킥으로 세네갈 골망을 흔들었다. 방향이 골키퍼에게 읽혔으나 코스와 강도가 모두 좋았다. 그만큼 자신 있게 찼다는 뜻이고 보통 강인한 멘탈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1-2으로 밀리고 있던 상황, 후반 추가시간 8분이 모두 지났을 때의 코너킥 어시스트도 이강인의 강심장과 정확한 킥의 수준을 알 수 있게 했다. 잘라 들어오는 이지솔의 머리에 ‘배달’ 시켜주던 완벽한 택배 크로스였다.

이강인은 연장 전반 5분 하프라인 아래에서 기가 막힌 스루패스를 찔러줘서 조영욱의 역전골까지도 어시스트했다. 이 정도의 큰 무대와 긴장된 상황에서 18세 어린 선수가 저토록 공격적인 패스를 시도할 수 있다는 자체가 놀라울 뿐이었다.

이강인의 왼발이 1골 2도움을 작성해준 덕분에 한국은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만들 수 있었다. 이강인은 연장 전반 종료직전 김주성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이강인이 빠진 뒤 연장 후반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내주고 승부차기까지 돌입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으나 승리의 여신은 이강인의 플레이를 더 보고 싶어했다.

이강인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다 수훈갑인 경기였으나 이강인이 빛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강인 덕분에 한국축구는 또 다시 4강의 기적을 썼다. 이제 이강인은 과거의 ‘슛돌이’나 미래의 희망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현재다.(뉴스 1)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