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교통량 위험” 수차례 경고에도 헝가리 정부 ‘나 몰라라’

헝가리 정부, 최소 두차례 이상 다뉴브강 교통량 포화 경고 받아

관광 수익 악화 우려에 정부 대처 안해…최근 침몰사고 ‘예견된 참사’ 지적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헝가리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사고 발생 13일 만인 11일(현지시간) 인양됐다. [AP=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헝가리 정부가 일찍이 다뉴브강의 교통량이 위험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경고를 수 차례 받아왔지만 교통량 통제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말 33명의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여객선과 충돌하며 발생한 침몰 사고도 단순한 부주의가 아닌 정부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만든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헝가리 정부가 최근 다뉴브강 침몰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최소 두 건 이상의 보고서를 통해 강의 교통량이 극도로 포화상태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다뉴브강 위의 선박간 충돌 사고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부다페스트 시의 의뢰로 진행된 연구는 다뉴브강 위를 운항하는 선박이 급증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수 많은 ‘긴장 지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교통당국이 진행한 ‘교통발전연구’는 “다뉴브강을 지나는 전문 선박과 관광을 위한 선박들 간의 깊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헝가리의 야경이 관광 필수코스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감상할 수 있는 대형 유람선(hotel boat)들의 증가는 다뉴브강의 교통 체증을 가중시켰다. 이미 소규모 유람선과 산업용 수송선 등으로 가득차 있는 다뉴브강 위에 거대 선박까지 등장하자 항해경로를 사수하기 위한 선박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지적이다.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 위치한 식당들과 근처에 정박돼 잇는 선박들. 다뉴브강은 관광붐이 일어난 이후 경치가 잘 보이는 좋은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한 대규모 여객선과 수 많은 유람선들로 인해 교통혼잡에 시달려왔다. [AP=헤럴드경제]

실제 지난해 4월 유럽위원회가 공동지원한 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측정한 다뉴브강의 교통량은 2002년부터 2017년까지 8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 2017년 다뉴브강을 지난 호텔식 유람선의 수는 13년 전인 2004년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숱한 경고에도 헝가리 정부가 나몰라라 식의 대응을 고집해왔다는 점이다. NYT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피데스 당이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산업 중 하나인 관광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선박 통제가 곧 관광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다뉴브강의 교통 문제를 방치해왔다고 전했다.

부다페스트 시장을 역임한 가보르 뎀스키는 “시 공무원들은 다뉴브 강의 교통량의 위험에 대해 이미 경고를 받았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면서 “(관광은) 매우 수익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헝가리 정부의 과실이 입증된다면, 이에 대한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법률 책임자인 미클로스 리게티는 “대형 유람선 증가로 다뉴브 강의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졌다는 전문가 의견을 당국이 무시한 배경에 사업적 고려가 있었는지 조사해야한다”며 “이는 중대한 과실이며 반드시 기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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