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김치였나…태광일가 골프장 ‘부업’이 치부 수단으로

휘슬링락CC 12~13년 회원 대상 김치 판매 사업 시작

계열사 강매로 매출 폭증…12년 35억원→15년 246억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뉴스 1)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뉴스 1)

태광그룹이 총수 일가 소유의 회원제 골프장 주도로 생산한 김치를 계열사에 강제로 판매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부진한 실적을 매우기 위해 직원 복리후생비까지 사용해 판매량을 늘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그룹이 고급 회원제 골프장인 ‘휘슬링락CC’의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김치 판매’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휘슬링락은 2012~2013년 골프장 회원을 대상으로 김치를 판매했다.

당시 휘슬링락은 골프장 휴장기에 유휴인력을 활용해 김치를 생산했다. 부유층 회원을 상대로한 만큼 프리미엄 유기농 김치를 표방했고 가격을 10kg당 12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매출은 2년 간 4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골프장 내부 식당에서 소규모로 판매되던 김치는 2014년부터 태광그룹 내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규모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휘슬링락의 매출액은 폭증했다.

2012년 기준 마이너스(-) 167억6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휘슬링락이 2013년 태광그룹 지배회사인 티시스로 합병되면서 티시스 영업 실적까지 적자(-71억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과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맡았던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는 2014년부터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 생산을 위탁하고 김치를 대규모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생산된 김치는 태광그룹의 19개 계열사에 할당됐다. 생산 과정에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과태료와 과징금까지 부과받은 제품이었지만 판매 가격은 2012~2013년보다 비싼 10kg당 19만원이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배추김치(10kg당 6만원대) 가격의 3배 수준이다.

태광그룹 소속 계열사들은 직원 복리후생비와 판촉비를 사용해 김치를 사들였고 직원들이 현금으로 받아야 할 성과금을 김치로 대신 지급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는 회사손익에 구입 내역이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에도 손을 댔다.

계열사 운영 쇼핑몰을 통해서도 김치가 강매됐다. 태광그룹은 2015년 7월부터 임직원들에게 김치만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포인트 19만점을 제공하고 직원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김치를 집으로 배송했다. 이후 각 계열사는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포인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휘슬링락에 지급했다.

김치 강매로 인해 휘슬링락의 매출액은 배로 불어났다. 골프장 개장 초기였던 2012~2013년 각각 35억원, 150억원이었던 휘슬링락의 매출액은 순식간에 200억원을 뛰어넘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이 계열사에 김치를 판매하기 시작한 2014년 휘슬링락의 매출액은 185억원이었고 이 중 12.9%(24억원)가 김치 판매로 나온 매출이었다. 2015년에는 매출액(246억원) 중 18.2%(45억원)를 김치 판매를 통해 올릴 정도로 계열사를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휘슬링락이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은 총수 일가에게 돌아갔다. 공정위 조사 결과 휘슬링락은 이 전 회장 일가에 배당금 등으로 25억5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회장 일가가 와인 도소매업체인 메르뱅의 제품을 계열사에 강제로 판매해 벌어들인 돈(7억5000만원)까지 합하면 33억여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 일가 회사인 휘슬링락과 메르뱅의 김치·와인을 대량 구입한 행위를 공정거래법(상당한 규모의 거래) 위반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 불법 행위의 전 과정을 지휘한 이 전 회장과 김 대표이사, 법인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태광그룹의 부당이익 제공 행위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했다”며 “골프장, 와인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설명했다.(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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