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불사’ 존슨 VS ‘노딜 불가’ 헌트…영국 총리 후보 2명으로 압축

보수당 당대표 경선 최종 후보 2명 선정…브렉시트 분수령

‘유력’ 보리스 존슨, “브렉시트 연기하면 모두 죽게 될 것”

‘언더독’ 제러미 헌트, 노딜 브렉시트 반대ㆍ추가 연기도 가능

16만명 보수당원 우편투표 진행되며 7월 22일께 선출 전망

영국 집권 보수당 당대표 최종 후보인 제러미 헌트(왼쪽) 현 외무장관과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AP]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향방을 결정할 집권 보수당 당대표 후보 2명이 최종 결정됐다. 아무런 협상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과 노딜 브렉시트는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이 주인공이다. 앞으로 한 달 간 진행되는 선거운동을 통해 새로운 보수당의 대표로 선출되는 1인은 테리사 메이 총리의 뒤를 이어 브렉시트의 운명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진행된 집권 보수당 당대표 경선 5차 투표에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1위,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은 2위를 차지했다. 영국에선 집권 보수당의 대표가 총리직을 수행하게 되기 때문에 이들 가운데 차기 총리가 나오게 된다.

이번 경선 투표에서 존슨은 313명의 보수당 하원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160표(51%)를 얻으며 대세론을 이어갔으며, 헌트는 77표(25%)를 득표하며 최종 후보 자리에 올랐다. 지난 2016년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존슨의 불출마 선언을 이끌었던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은 75표(24%)로 3위에 그치며 탈락했다.

이날 투표의 관심은 존슨 지지층이 3위를 기록한 고브의 탈락을 위해 기술적인 투표를 했는지 여부로 모아졌다. 존슨 캠프에서는 2016년 당대표 선거에서 배신한 고브에 대해 ‘보복’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헌터 캠프 측에서는 만약 고브가 2명 후보에 들어간다면 2016년의 ‘사이코드라마’가 재현될 것이라며 지지를 유도하기도 했다.

최종 후보로 압축된 존슨과 헌트는 22일 버밍엄에서의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4주간의 선거 열전에 돌입한다. 이들은 영국 전역을 돌면서 토론회 등을 거치게 되며, 16만명의 보수당원들은 7월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우편투표를 통해 최종 당대표를 선출하게 된다.

영국에선 이번 선거가 오는 10월 31일로 연기된 브렉시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존슨이 당대표로 선출돼 총리에 오를 경우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존슨은 경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브렉시트 연기는 패배를 의미한다. 연기하면 우리 모두 죽게될 것”이라며 오는 10월 31일 무조건 EU에서 탈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헌트는 브렉시트에 다소 유연한 입장이다. 노딜 브렉시트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브렉시트가 아예 단행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입장. 그는 연기된 브렉시트의 추가 연기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지금 상황에선 존슨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경선 투표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한 존슨은 일간 더타임스가 보수 당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39%의 지지율을 보이며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헌트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2차 경선 직후 헌트는 “나는 ‘언더독’이다. 그러나 오늘처럼 정치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며 “나는 내 어깨에 놓인 책임감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언더독(underdog)은 지난 1948년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에 뒤지던 해리 트루먼이 당선된 것에서 비롯된 말로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underdog)가 이겨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경쟁에서 뒤쳐진 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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