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를 컬러볼로 수놓은 ‘필드의 선구자’

연내 드라이버·우드, 내년엔 아이언 출시 채비…

조만간 PGA 진출로 ‘한국의 나이키’ 꿈꾸는 문경안 ‘볼빅’ 회장

볼빅 문경안 회장이 서울 대치동 자사 전시실에서 골프공에 적용된 소재, 유체역학 등 과학적 요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

“이게 웬 ‘듣보잡 볼’이냐? 이런 투였다. 프로선수들의 고정관념 깨는 게 가장 힘들었다.”

대략 6, 7년? 어느 때부턴가 페어웨이나 그린에 빨강 파랑 노랑 연두 등 색색의 골프공들이 나뒹굴었다. 심지어 워터해저드, OB지역에서도 컬러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페어웨이를 벗어난 이 지역 분포도만으로도 컬러볼의 시장점유율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농담이 나왔다.

볼빅 문경안(61) 회장이 험난한 골프용품 시장에 받을 내딛은 것은 2009년. 당시 경영난을 겪던 국산 골프공 회사를 인수했다. 내수시장에서도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해 고작 3% 정도의 아마추어 골퍼들만 쓸 뿐이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는 언감생심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시장 개척도 쉽지 않았다. 덕분에 이후 10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험난하고도 고달픈 시기이자 높은 성취감을 맛본 때이기도 하다.

볼빅 브랜드의 컬러볼은 이제 국내 남녀프로 대회는 물론 LPGA 정규투어 및 메이저, PGA 시니어대회까지 진출했다. PGA 투어 및 정규대회만 남겨놓은 상태다. 세계 80개국에 수출도 한다.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최운정과 이미향, 전영인, 포나농 팻럼(태국), 린디 던컨, 베카 후퍼(이상 미국), 루이신 리우(중국) 등 8명. 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한창원과 김홍택, 이근호, 고인성, 김민수, 석준형, 이수홍, 임예택 등 8명 볼빅 볼을 사용한다.

또 KLPGA 투어에서는 조아연, 한상희, 김연송, 김도희, 신다빈, 신혜원 등 6명이 있다. 여기에 유러피언 챌린지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유럽여자골프투어(LET), 호주(APGA)투어 등 32명의 선수에 대해 볼빅이 메인스폰서를 한다.

KPGA 챌린지투어 33명과 KPGA 챔피언스투어 3명, KLPGA 드림 & 점프투어 18명, KLPGA 챔피언스투어 16명 등을 합산하면 102명의 선수가 팀볼빅의 울타리 안에 있다. 또 월드 롱 드라이브(WLD)투어의 매머드급 장타자인 저스틴 제임스, 팀 버크 등 남녀 6명의 선수까지 포함하면 최소 108명 등과 국내·외 남녀 주니어골프선수 104명까지 총 212명이 볼빅의 후원을 받는다.

문 회장은 2011년 컬러볼을 들고 미국 시장 문을 두드렸다. 매년 초 열리는 ‘PGA 머천다이즈쇼’였다. 2011년 이후 8년째 찾았다. 골프공은 흰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가장 큰 적이었다.

매년 문을 두드리자 조금씩 열렸다. 2016년 미국시장 점유율은 3%, 2017년 4.5%, 지난해엔 4.7%로 높아졌다. 올 연말엔 5%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볼빅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현재 30%. 세계 시장에서도 6위권 브랜드가 됐다. 그런 자신감은 지난달 제2공장 준공으로 피치를 올리고 있다. 앞으로 5년 안에 점유율 10%대, 세계 3위 브랜드가 된다는 게 문 회장의 목표다.

볼빅은 창립 39주년 기념일인 지난달 13일 충북 음성에 제2공장을 완공했다. 1만4876㎡(4500평)에 코팅 및 건조설비, 로봇사출기, 표면처리 설비, 포장설비 등 최신 자동화 기기를 갖췄다.

제2공장은 자동화율을 늘려 주당 52시간제에도 대비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비용부문 관리가 기업들의 가장 큰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제2공장 준공으로 생산능력은 기존 연간 200만더즌에서 300만더즌으로 50% 증가했다. 제조기간도 6일에서 2일로 단축됐다. 공장 증설은 넘쳐나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준공식에는 해외바이어 200여명도 참석했다.

문 회장의 도전은 골프매니아에서 출발한다. 그는 핸디 4 정도의 수준급 골퍼다. 이는 클럽챔피언에 오를 만큼의 실력파란 얘기다. 골프의 기본룰을 모두 준수하는 아마추어 골퍼라고 할 수 있다.

골프를 좋아한 나머지 소비자 입장에서 품질 좋은 공, 운동하기 편한 공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줄곧 품었던 터였다. 컬러볼은 그처럼 소비자가치를 중심에 둔 사고의 혁신에서 나왔다.

이제 컬러볼은 브리티시오픈, 미국오픈 등 보수적인 전통의 대회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전 골프용품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시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실제 계절에 패션을 맞추듯 주변환경에 맞춘 색깔의 공을 사용하면 기분도 상쾌해진다는 게 골퍼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골프를 좋아했다. 그래서 관련 회사도 인수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공이 구별하기 쉽고 찾기 쉬운지 고민했다. 컬러볼은 거기서 나왔다. 왜 골프공은 흰색이어야만 하는가? 4명이 플레이를 할 때 각자 다른 색깔의 공을 쓰면 쉽게 구별이 된다. 그런 게 혁신이라고 생각했다.”

색깔만의 혁신이 아니다. 비거리, 방향성, 볼 컨트롤 등에서도 기술력이 도입됐다. 볼빅은 딤플 설계기술 특허 20건, 이중코어 관련 특허 4건 등 총 45건의 특허권을 확보했다. 소재과학이나 유체역학의 관점에서 골프공을 연구해 방향성을 좋게 하고 비거리를 늘려주고 있다.

볼빅의 최근 히트작은 캐릭터볼과 무광볼, 마블 등과 협업으로 캐릭터볼을 내놓았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마블 캐릭터볼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무광볼은 빛 반사로 잘 보이지 않는 경우(찾기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만들었다. 문 회장은 “시장은 선구자의 개척에 의해 만들어진다. 최근 10년간 볼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고 자부한다”며 “볼의 혁신은 앞으로도 무한하다. 시각적 혁신 외에도 코어, 커버 등 소재와 역학적 연구가 결합되면 더 정교한 볼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볼빅은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종합 골프용품 회사가 목표다. 스포츠와 관련 산업은 궤적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게 문 회장의 생각이다. 현재 세계 1위권인 양궁, 쇼트트랙은 국산 용품이 발달했으며 세계 시장도 석권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골프는 LPGA 세계 톱을 휩쓸면서도 외산용품 일색이란 게 문 회장의 한탄이다.

그는 “골프는 쇼트트랙, 양궁에 비해 엄청나게 큰 시장이다. 그런데 국산 용품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며 “다행히도 볼빅 공 사용 선수들이 메이저대회 10위권에 많이 들고 있다. 볼과 소품에서 나아가 퍼터와 웨지로, 올해 안 드라이버와 우드 등을 내놓는다. 아이언도 내년엔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내년에는 배드민턴 분야도 진출해 셔틀콕과 라켓을 출시할 예정이다. 관련 기업 인수합병도 고민 중이다. 볼빅의 매출은 2009년 인수 당시 30억원에서 지난해 470억원으로 늘어났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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