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충돌 대신 제재ㆍ사이버 공격…‘미국 대 이란’ 긴장 속 달라진 ‘현대전쟁’

군사 대응으로 이란 정권 전복 불가

미국, 비 군사적 대응에 집중

이란의 사이버 공격 능력 강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진행된 이란과의 전쟁 반대 시위 [AP=헤럴드경제]

최근 오만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과 미군 무인기 격추 이후 미국과 이란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對) 이란’의 오늘날 대치 상황이 과거와는 달라진 현대전(戰)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군사 충돌 등 무력 대치가 아니라 각종 경제적 제재를 통해 상대국을 압박하고, 공격 역시 물리적인 것에서 사이버 공격으로 그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사이버 공격은 현대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예”라면서 달라지고 있는 국가 간 ‘전쟁’의 모습을 보도했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철회한 지난 20일, 이란을 대상으로 해킹 공격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해킹 공격은 알려지지 않은 이란의 목표물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앞두고 미사일 시스템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로 알려졌다. 미국이 계획한 해당 공습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곳의 다른 각도에서 보복타격을 준비했지만, 사망자가 15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에 10분 전에 공격 명령을 취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1일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주에 이란 정부가 후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해킹 시도를 포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들은 이란의 해킹 시도가 미국 정부와 석유 및 가스 등 에너지 관련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양 국의 ‘사이버 전쟁’이 가시화되자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으며, 제재나 사이버 공격 등 형태의 공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FT는 “현재 이란은 미국 언론이 주장하는 이란의 대미 사이버 공격 주장에 대해 별다른 응답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면서 “양 국의 사이버 공격은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과거 미국이 주도했던 중동에서의 군사 개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오른쪽부터)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무엇보다 현재 미국에서는 군사력을 통해서 이란의 정권을 전복시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군사적 대응보다 우회적인 전략으로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정치학자 세스 존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군사력을 통해 이란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내각 어느 누구에게도 그러한 의지는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섰을 때 동맹국으로 그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양 국의 군사 충돌을 막는 원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혁명 수비대가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광범위한 동맹을 통해 중동 지역에 상당한 군사적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FT는 “이란 내 군사적 목표물을 공격하면 혁명수비대와 동맹국을 자극함으로써 해당 지역, 특히 이스라엘까지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이익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때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공습보다는 사이버 공격이나 경제 제재 등에 집중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존스는 “미국은 군사력이 아닌 간접적인 제재를 통해 이 문제에 더 기꺼이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내 사이버 공격 능력이 강화됐다는 점도 오늘날 현대전의 변화를 가져온 배경으로 꼽힌다. 이란은 지난 2012년 바이러스를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을 상대로 진행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ㆍ인프라 보안국 국장은 논평을 통해 “이란의 사이버 활동이 증가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단순히 데이터를 빼내는 데 그치지 않고, 침입 후 온 집안을 불태워 버린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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