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된 협상안에 상처입은 나경원…강경파 목소리에 재협상도 ‘산넘어 산’

모호한 합의문구 등 당내 반발 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국회 정상화 협상을 주도해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80일 만에 서명한 합의문이 당내 강경파에 밀려 2시간 만에 추인이 부결되면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생겼다.

25일 한국당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에게 재협상을 위임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님들은 다시 한번 저에게 힘을 내 합의를 다시 해달라고 하셨다”며 “저에게 더 큰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인 과정 내내 당내 상황은 순탄치 않았다. 80일 만에 나 원내대표가 들고온 합의문은 의총에서 강한 질타를 받았다. 평소 강경 투쟁을 강조해온 의원들 뿐만 아니라 파행 과정에서 국회 복귀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의원들까지 모두 합의안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급기야 나 원내대표는 직접 “재협상을 하자”고 나섰다.

이날 의총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의 원인은 나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검토한다’는 합의문 문구 때문이었다”며 “그런데 같은 실수가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또 포함되니 의원들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의원 역시 “’합의 정신’이란 말이 나중에 더 큰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나 원내대표의 입장에서 복귀가 시급했던 점은 이해하지만, 받은 것은 없고 준 것만 많은 합의문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의총에 나선 의원들 대부분이 5ㆍ18 특별법 처리 약속과 경제실정 청문회 포기, 모호한 합의처리 문구를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협상을 재위임 받기는 했지만, 재협상에 나서는 나 원내대표의 입지는 더 좁아지는 모양새라는 게 중론이다. 당장 당내 강경파의 불만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더 높은 수준의 합의안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한국당 의원들이 내건 조건을 보면 여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며 “한번 합의가 불발된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가 발휘할 수 있는 협상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했다.

게다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바랐던 국민의 여망을 정면으로 배반했다”며 강한 실망감을 드러내는 등 국회 내 상황도 여의치 않아 국회 정상화 합의를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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