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V 예능 포맷 수출 ‘꿩 먹고 알 먹고’

예능 포맷 수출은 콘텐츠 산업의 활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콘텐츠 제작업이 내수시장을 벗어나고 있다. 한국인만을 소비자로 해서는 제작비를 회수하기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을 정도로 방송 콘텐츠 제작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대중들도 눈높이가 올라 제작에 있어 양과 질을 끌어올려야 하는 추세다.

결국 콘텐츠는 수출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인데, K팝과 달리 예능과 드라마는 포맷 수출 또는 리메이크 판권 수출 등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이는 돈도 벌고 한류 문화를 확산 시키는 좋은 전략이다.

한국은 예능 포맷 수출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100개국 3,400여개 콘텐츠 관련 회사가 참가한 가운데 프랑스 칸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방송 콘텐츠 마켓인 ‘2019 MIPTV(밉티비)’ 최고의 스타는 음악예능 ‘복면가왕’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박원우 작가였다. 박 작가는 세계 포맷 트렌드를 알 수 있는 밉티비 행사기간 내내 세계 콘텐츠 제작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보다 한달 후인 지난 5월 8~9일 열린 BCM(부산콘텐츠마켓) 콘퍼런스에서도 포맷 수출의 현황과 발전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보고 가수인지 음치인지 판별하는 음악예능 ‘너의 목소리가 보여’와 실버 마켓의 좋은 본보기인 ‘꽃보다 할배’도 10여개국에 수출되는 등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올초 미국 폭스(FOX)에서 방영된 미국판 복면가왕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는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1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복면도 나왔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혼자 보던 TV를 가족끼리 함께 보게됐다는 미국 시청자들의 후기도 있다. 미국판 복면가왕의 인기 요인은 듣는 음악에다, 얼굴 주위만 가리는 한국식과 달리 몸 전체 분장을 더해 볼거리를 추가했고, 여기에 한국계 심사위원 켄 정의 거침없는 코멘트까지 곁들여진 점 등으로 분석된다.

 

경증 치매 노인 5인이 직접 이틀간 음식점을 운영하는 모습이 담긴 KBS1 다큐멘터리 ‘주문을 잊은 음식점’은 중국으로 수출돼(중국 제목은 ‘잊지 못하는 식당’), 드라마나 예능이 아닌 교양·다큐멘터리 포맷으로는 처음으로 해외로 진출하기도 했다. 치매 증상을 지닌 노인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몇 차례의 배달 사고만 제외하면 영업을 무사히 끝내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해외 콘텐츠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일중 SBS 미디어비즈니스센터 글로벌제작사업팀 부장은 “국제 포맷 시장에서 음악예능(Singing)은 여전히 수출전망이 높다고 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스타가 되는 기존 음악예능이 진화해 음악+댄싱, 음악+작곡, 음악+작사, 음악+밴드 구성 등으로 분화 되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어 “TV를 보면서 누가 붙고 떨어지느냐의 원리 외에도 당락에 관계없이 현란한 퍼포먼스 등 눈을 즐겁게 해주는 쇼 형태를 띠는 것이 음악예능 포맷의 한가지 진화 방향이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 등 K팝의 글로벌한 인기로 미주와 유럽 등에도 코리안 컬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한국 음악쇼는 포맷만 유니크하다면 입도선매하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음악예능의 고전이라 할만한 ‘더 보이스’이후 ‘복면가왕’이 절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SBS ‘더 팬’을 구입하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더 팬’은 셀럽 자신이 먼저 알아본 예비스타를 국민들에게 추천하고, 경연투표와 바이럴 집계를 통해 가장 많은 팬을 모아 최종 우승을 겨루는 새로운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한 회 포맷가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중화권, 동남아는 회당 몇천달러 수준이지만 영미쪽은 회당 1만불(약 1천1백50만원), 많게는 3만~5만달러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예능 프로그램이 10회 정도로 짧게 구성되는 데 반해 아시아의 예능은 인기에 따라 30회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능 포맷 수출의 가장 큰 의미는 기존 한류가 진출하지 못한 시장에 진출해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점이다. 포맷 또는 리메이크 판권 수출을 하면 미국의 지상파인 NBC나 폭스(FOX) TV로도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국내 연예인이 해외에 알려진다는 점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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