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고로 안 멈춘다…산업의 쌀 철강 ‘일단 한숨 돌려’

중앙행심위, 조업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 인용 

포스코 처분도 늦춰질 듯, 민관협의체 결론이 관건

현대제철고로안멈춘다…산업의쌀철강일단한숨돌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의 결정으로 이달 15일부터 예정됐던 10일간의 고로(용광로) 조업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심위는 10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제철소 공정 특성상 조업이 중단되는 경우 청구인의 중대한 손해를 예방해야 할 필요성이 긴급하다며 현대제철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고로 중단이 현실화되면 제철소의 특성상 고로 1개당 8000억, 국내에서 가동 중인 총 12개 고로에서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동시에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번 결정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및 포항제철소에 내려진 조업정지 처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로 중단 시 최소 10조 피해 추산…산업 전반 미칠 피해는 천문학적

이번 중앙행심위 결정이 내려지게 된 발단은 충청남도가 지난 5월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에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확정하면서다. 충남도는 현대제철이 대기오염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않은 채 가스 배출 시설인 ‘블리더’(Bleeder)를 개방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은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 조절장치나 가지 배출관 등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도록 했다.

환경단체는 제철소들이 이 예외 규정을 악용해 대기 오염을 방지할 의무를 회피했다고 주장한다. 블리더 개방으로 배출되는 수증기에 잔류가스가 섞여 배출되는 데 환경단체는 제철소가 대기오염 물질을 저감 장치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배출한다는 게 환경단체 주장의 요지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고로 블리더 개방이 이 같은 예외조항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이번 조업정지 처분과 관련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제철소도 안전 측면에서 최적화된 고로 안전밸브 개방 프로세스를 지난 100년 이상 운영해 오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도 고로 안전밸브의 개방을 특별히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맞서왔다.

특히 제철소들은 10일간의 조업정지로 쇳물이 굳어 고로에 금이 갈 경우 최소 3개월 이상의 조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조업정지로 인해 120만t(톤)의 제품 감산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이 고로 당 8000여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고로가 12개임을 감안하면 고로 중단 사태가 이어질 경우 피해액이 최대 10조원에 달할 수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철강산업은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수요산업 발전의 근간 역할을 해 산업의 쌀로 불린다”며 “산업 생태계를 고려할 때 철강생산이 멈추면 철강을 사용하는 조선, 자동차, 가전 등 수요산업과 관련 중소업체들이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행심위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이 같은 업계의 우려를 상당부문 수용했다.

중앙행심위는 △휴풍작업 시 블리더 밸브를 개방하는 것이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툼의 소지가 있는 점 △현재로서는 휴풍작업 시 블리더 밸브를 개방해 고로 내의 가스를 방출하는 방법을 대체할 수 있는 상용화 기술의 존재 여부가 불분명하고, 블리더 밸브를 개방해 고로 내의 가스를 방출하는 경우 대기오염방지시설을 가동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 다툼의 소지가 있는 점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 고로가 손상되어 장기간 조업을 할 수 없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대상 행정처분도 늦춰질 듯, 민관협의체 결론이 관건

이번 결정에 따라 현대제철은 고로 조업을 지속하며 중앙행심위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종 심판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라남도와 경상북도가 지난 4월24일과 5월27일 포스코의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 각각 내린 조업정지 사전통지도 확정되지 않고 당분간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처분을 내린다고 해도 중앙행심위의 이번 결정으로 의미가 사실상 없어졌다”며 “환경부가 구성한 민관협의체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고로 영업정지 처분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에 정부, 지자체, 산업계, 전문가 및 환경시민단체 등 총 19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는 일본, 유럽 등 해외의 제철소가 고로를 정기보수할 때 우리나라처럼 안전밸브를 운영하는지 여부를 비롯해 현지 법령, 규정 및 운영사례 등을 직접 조사해 8월까지는 결론을 낼 예정이다.

조업정지 행정처분은 지자체 권한이기 때문에 협의체가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강제력은 없다. 다만 이번 고로 조업정지와 관련해 당사자들이 모여 내린 결론인 만큼 중앙행심위 최종 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허재우 국민권익위 행정심판국장은 “현대제철이 청구한 조업정지처분 취소심판과 관련해 현장확인, 양 당사자 및 관계기관 구술청취 등 충분한 조사과정을 거쳐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서울=뉴스1)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