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첫 대일 발언 후 ‘외교채널’ 풀가동…국제사회 여론전

한일정상회담 가능성 열어둬…’대통령 특사’는 효용성 없다 판단

WTO 제소로 국제사회 공론화…국회 ‘방일단’ 추진 “도울 것”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직접 대일(對日) 메시지를 내면서 9일 청와대와 정부가 향후 대응방향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외교적 방안으로는 일본에 직접 규제 철회를 촉구하고 주변국에는 국제사회 여론전을 통해 외교채널을 풀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일 일본의 규제 조치가 시작된 이후 문 대통령은 정면 대응을 삼가했다. 대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공식 창구를 일원화하고 청와대는 ‘로 키’(low-key) 전략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전날(8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처음으로 대일 메시지를 내놓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후지TV 대표토론에 출연해 수출규제 조치의 이유로 북한을 거론하면서 청와대의 대응 기류도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절제된 톤으로 일본의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외교적 해결’을 차분하게 노력하고, 그럼에도 우리 기업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우선 일본과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과 소통을 통해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일본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겠다는 방안의 시작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특별대사를 일본에 파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현재까지 청와대는 효용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상적인 협상 채널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가동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현재도 일본과의 대화 채널이 열려있기 때문에 특사까지 파견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일 특사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논의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한일정상회담은 우리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하겠다고 했고 언제든지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언제든지 특별한 상황이나 조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관표 주일본대사는 지난 4일 도쿄신문 본사를 방문해 가누마 겐고(菅沼堅五)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단된 한일정상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다만 일본이 현재까지 단계별 전략으로 압박을 하고 있어 당장 협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일정상 이유’로 사실상 회담을 거부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오는 12일 오후 한일 양자회의 개최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상 간 협의가 될 예정이다.

두번째는 양자·다자채널을 통해 대내외 여론전으로 압박을 가하는 방안이다. 주요국과 WTO 등을 통해 우리측 입장을 설명하고 여론을 만드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주요국을 상대로 일본의 조치가 전 세계 경제에 결과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를 생산해서 그것이 전 세계로 수출이 되니 일종의 ‘나비효과’처럼 큰 파장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주제네바 한국대표부는 일본의 반도체 재료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WTO 상품무역이사회 회의에 안건으로 제안했고, 이사회는 기타 안건으로 긴급 상정의제로 채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측의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설명할 계획”이라며 “WTO 상품무역이사회는 상품과 관련한 이슈를 담당하고 있는데 WTO 제소를 앞두고 국제기구와 관련국에 일본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는 데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은 이번주 미국으로 향한다. 김 국장은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국장급 회의에 참석한다. 이 계기로 일본 규제조치와 관련해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청와대 안보실 차원에서 미국과 소통하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일본이 규제조치로 우리 기업의 피해가 본격화된다면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필요한 대응’ 단계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절제된 대응’보다 강화된 방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는 밝힐 수 없다”라며 외교적 해법보다 더욱 강화된 조치도 가능하다고 남겨놨다.

이밖에 청와대는 의원외교차원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초당적 국회 ‘방일(訪日)단’ 구성과 규제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차원의 결의안에 대해 반기고 있다. 또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같이 도울 것”이라며 “정치권만 아직 통 크게 못 만나고 있는데, 여야를 떠나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피해가 예상되는 30개사의 기업인을 초청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현실적인 대처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방침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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