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지 않는 시장’ 논알코올 이코노미 급성장

알코올 제품 소비 감소…밀레니얼·Z세대 ‘술 마시지 않는 트렌드’ 확대

주류업계, 논알코올 시장 공략 속도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술 취하지 않는(sober) 시장은 진짜다”(젠 배첼러, 논알코올 음료 제조사 ‘킨 유포릭스’ 공동 창업자)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고, 마시면 취하는 음료’로 정의되는 전통적 주류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건강한 삶을 살고자하는 웰니스(wellness) 열풍이 21세기 소비자들의 음주문화로까지 확대되면서다. 주류 시장에 상륙한 웰니스 열풍은 단지 금주나 절주(絶酒)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취하지 않으면서’ 술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니즈로 이어지면서 ‘논-알코올(non-alcohol)’ 시장의 부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버드와이저의 논-알코올 맥주 이미지 [로이터=헤럴드경제]

알코올 소비 감소는 최근 전세계 국가에서 목격되는 공통된 현상이다.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에 따르면 2012년 이후 5년 간 대표적인 주류 중 하나인 맥주의 글로벌 소비량은 0.4% 감소했다. 와인과 증류주 역시 0.2~0.3% 가량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요 시장에서의 알코올 소비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특히 밀레니얼, Z세대로 대표되는 10~20대 젊은 소비자들이 술을 멀리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료출처=국제주류시장연구소]

밀레니얼의 음주 감소 현상을 지난해 8월 다룬 타임(TIME)지의 보도에 따르면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의 경우 젊은층의 술 소비량이 지난 30년 동안 거의 절반 가량 줄었다. 호주의 경우 술 소비량이 1960년대 이후 최저점을 찍고 있다. 미국의 젊은 세대도 앞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은 수준의 알코올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타임지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알코올을 마시지 않는 것이 점차 트렌드가 되고 있다”면서 “이는 서구 사회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소개했다.

알코올 소비가 줄어들자 주류 업계는 대안 마련에 분주해졌다. 이들은 알코올은 ‘외면’ 당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음주 문화’ 자체를 멀리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술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음주 공간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술과 비슷하지만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은 ‘논알코올’ 음료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을 포착한 것이다.

논알코올 음료가 오늘날 전체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2%대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알코올 없는 술’의 성장세가 기존 주류를 압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IWSR은 맥주시장이 몇 년 째 정체돼 있는 것과 달리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매해 8.8%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출처=국제주류시장연구소, 단위 %]

자연스럽게 메이저 주류기업은 기존 알코올 제품에 집중돼 있던 포트폴리오를 논알코올 사업으로 다변화시키고 있다.

버드와이저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200개 이상의 맥주 브랜드를 제조, 판매하고 있는 AB인베브는 논알코올 사업을 규모를 기존 맥주 사업의 5분의 1까지 키우는 것을 목표로 투자를 시작했다. 2017년에는 올가닉 에너지 드링크업체인 힐볼도 인수했다. 현재 AB인베브의 매출의 10%는 무알코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실적 역시 논알코올 시장 투자 초기인 지난 2015년과 비교, 지난해 약 5% 가량 늘었다.

하이네켄은 하이네켄 0.0 제품을 통해 논알코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네켄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 2위 맥주 제조사인 하이네켄은 2017년 처음으로 자사 맥주의 무알코올 버전인 ‘하이네켄 0.0’을 유럽시장에서 선보인 이래, 지난해에는 미국에서도 동 제품을 출시하면서 논알코올 시장 공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미엄 주류회사인 디아지오는 알코올 함량을 기존 40%에서 30%까지 낮춘 저도수 위스키를 출시하면서 저도주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아지오의 최고경영자인 이반 메네지스는 “저도수 알코올 옵션은 향후 몇 년간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논알코올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들에 대한 벤처투자업계의 주목도 높아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논알코올 음료 ‘하이 로데(High Rhode)’를 선보이며 논알코올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 킨 유포릭스의 경우 캐넌 파트너스, 위켄드 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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