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무인(無人)금융, 에임이 책임집니다”

핀테크 업체 ‘에임’ 이지혜 대표

월가·실리콘밸리 근무 노하우로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직접 설계

2년 반 만에 회원수 7만5000명

 

핀테크 업체 에임을 이끄는 이지혜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미국 씨티그룹 퀀트 애널리스트, 아카디안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나서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빙글’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월가와 실리콘밸리에서 금융의 최전선에 섰던 그가 핀테크 스타트업을 차렸다. 베테랑 자산운용가들이 본인 회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월가 출신 대표라는 유명세를 두고도 업계의 통상적인 수수료(2.5%)보다 훨씬 낮은 최저 수수료(0.5%)를 받는다. 창업 후 이 대표 월급도 줄곧 100만원이었단다. 고객 확대를 위한 과감한 선택일까, 시장 안착을 위한 ‘이벤트’인걸까.

서울 중구의 에임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월급을 (제대로) 받았다면 에임은 올해 3월쯤 망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말마따나 대표가 수십억 연봉을 마다하고 직원 6명이 고군분투하며 4년여간 끌어온 회사다. 그럼에도 최저 수수료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상류층의 좋은 투자전략을 일반인들에게 전하고자 만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자산관리의 대중화가 목표였다는 것이다.

다행히 에임은 초고속 성장으로 보답하고 있다. 2017년 1월 이후 1년여만에 운용자산 30억원, 지난해 9월에는 100억원, 지난 6월에는 300억원을 돌파하는 등 IT에서나 볼 법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비스 시작 2년 반 만에 회원수 7만5000명을 넘어섰다. 서울시 중소기업지원기관 SBA(서울산업진흥원)의 액셀러레이팅을 받는 등 투자 유치도 순항중이다. 올 하반기께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에임의 초고속 성장에 대해 “청춘을 바친 결과”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에임에서 알고리즘 프로그래밍도 직접 하고 있다. “세상 어떤 헤지펀드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있겠어요. 알고리즘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걸 앱으로 만들고, 10만명이 그 앱을 쓰며 평점 4.5 이상을 주는건 다른 얘기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눈에 보이는 앱으로 만들다 제 청춘의 3년을 바쳤어요.”

공학도(쿠퍼유니온 공과대학) 출신의 이 대표가 알고리즘 기반 투자로 정평이 난 아카디안을 거친 것이 큰 자산이 됐다. 이 대표는 “금융의 미래에는 사람이 없다”고 단언했다. “월 스트리트에서는 1990년대부터 알고리즘 기반 투자를 했어요. 포트폴리오를 분산시켜 리스크를 줄이는데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초에는 튀니지,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 한 번도 안 가본 나라의 외신 기사를 자연어 처리해 데이터로 만들며 머시너리 기반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온갖 혁신과 효율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월가에서 본 금융의 미래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알고리즘으로 관리하지만 고객 포트폴리오는 이 대표가 일일이 확인한다. 경기 신호가 바뀌면 위험한 투자는 못하도록 포트폴리오도 바꾼다. 덕분에 작년 주식 시장이 20~25% 가량 떨어졌을 때, 에임 고객의 평균 하락폭은 4~6%였다. 이후 고객들은 올해 초 17%의 성장을 경험하며 회복기를 누렸다. 지난 3년여간 누적 수익률은 36%, 중간값은 33~34%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같은 성과라면 ‘수익률 OO%’ 등 대대적인 홍보를 할 법도 한데 에임은 홈페이지나 앱 어느 곳에도 그런 문구를 내세우지 않는다.

이 대표는 “우리는 숫자를 약속하지 않는다”면서도 “궁금해하는 고객에게는 원화 기준인지 달러 기준인지, 중간값인지, 원금 보장이 되는지 등을 정확하게 전달만 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특히 한국 시장에서 부동산에 대한 맹신이 아쉽다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사상 가장 길다는 불마켓 9년간의 성과를 보면 국내 주식이 아무리 박스피라고 해도 연평균 7.1% 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어요. 반면 한국 부동산 지표는 같은 기간 3.2% 가량 올랐어요. 대부분 은행빚을 끼고 하니까 레버리지 효과로 인한 체감수익률이 2배 높은 것 뿐입니다.”

이 대표는 부동산은 투자금액이 큰 데다 실물자산이란 점에서 위기 타개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조심스레 조언했다. 부동산 못잖은 수익률을 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선보이는 것이 에임의 목표다.

에임은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위해 최소 운용금액도 300만원으로 정했다. 모바일로 접한 ‘기계’에 내 자산을 맡기는 일인데 ‘어려운 시기에 빛나는 전략’이란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의 평균 투자금액은 벌써 1000만원을 넘겼다. 이 대표는 “내년까지 운용자산 1조원 돌파가 목표”라고 밝혔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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