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박소담, 만만치 않은 존재감의 이유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1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 ‘기생충’에서 배우 박소담(28)은 분량에 비해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과시한다.

박소담은 오는 8월 9일 첫방송되는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산촌편’에도 출연한다. ‘웰다잉’을 소재로 한 tvN ‘내게 남은 48시간’(2016년)과는 또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 출연이다.

박소담은 ‘기생충’에서 가족 전체가 백수인 기택(송강호)의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이선균)의 딸 다혜의 과외 교사로 들어간 데 이어 박사장 아들 다송의 미술과외교사로 입성하는 기우 동생 기정을 연기한다. 그는 백수가족이지만, 가족중 가장 현실적이고 야무지며 어떤 경우에도 당당하다.

“대사가 잘 달라붙었다. 일상적인 언어로 해보고 싶었는데 그 갈증이 해소됐다. 기사식당에서의 찰진 욕도 기정의 일상적인 면이다. 물론 애드립이 아니다.”

박소담이 연기한 기정은 요즘 젊은이의 현실이 잘 반영됐다. 당당함으로 극에 어너지를 불어넣는 한편, 강력한 역할들 뒤에 가려져 있던 20대의 활력과 자기다운 매력을 보이면서도, 기정의 야무진 모습 속의 여린 면까지 잘 그려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한 그의 말을 들어보자.

“기정은 미술에도 관심이 많고, 꾸준히 공부해와 지식도 있고 준비된 건 많지만, 조금씩 비껴나가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다송이를 만나 짧은 시간에 아이를 파악할 수 있었다.”

10살짜리 동생 다송은 워낙 산만해 미술선생마다 한 달도 못버티지만 기정은 아이를 완전 굴복(?)시킨다. 아이에게 폴더 인사를 하게 만드는 것도 기정이다.

“다송이 나이대의 아아들은 체벌로 되는 건 아니다. 가정부의 손에 자라 엄마의 스킨십이 부족하다. 기정이가 그걸 이용한 거다.”

이어 박소담은 “기정은 센 캐릭터가 아니다. 면접에서 계속 떨어져도 가족에게 티를 안낸다. 술먹고 가족에게 나한테 집중해달라고 말하는 게 고작이다”면서 “그런 집에서 자라도 불평이 없는 건은 부모때문이다. 원망이 없다. 그래서 때로는 가족이 뻔뻔하기도 하다. 가족 구성원들은 그것을 기회라고 본다. 기우 오빠가 누구보다 가르치는 능력이 탁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부분에서 오빠를 도왔다.(기우의 면접 서류를 위조한다)”

박소담은 ‘기생충’ 시나리오를 속도감 있게 읽었다고 했다. 중간중간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글이었다고 했다.

“뭔가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131분안에 담아주셨다. 하나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삶 자체가 유쾌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삶이 그렇게 표현되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박소담은 2015년 악령이 깃든 소녀를 소름끼칠 정도로 연기한 ‘검은 사제들’ 출연 이후 자존감이 떨어져 있었다. 너무 센 캐릭터를 연기한 탓이었다. “이 일을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검은 사제들’이후 드라마를 할때 반응이 좋지 않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2018년 영화 ‘군산’때는 매니저 없이 혼자 촬영장을 다니면서 영화를 공부했다.”

그러다 만난 ‘기생충’을 통해 박소담은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는 현장에서 항상 신이 나있었다. 박소담은 ‘옥자’때도 봉준호 감독을 만났지만, 봉 감독이 미자 역할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면서 커피나 한잔 나눴다고 한다.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3년전 여름 봉 감독을 편하게 만났다. 봉 감독은 ‘기생충’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박소담을 송강호의 딸로 마음속으로 정했다. “기정이가 나를 닮아 깜짝 놀랐다. 봉 감독님이 나를 관찰했나?”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