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장’·’김복동’·’봉오동 전투’…항일영화에 쏠리는 관심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조치로 한일 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항일 역사를 다룬 영화들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 반일 감정이 확산되고 있어 항일 정신을 담은 세 편의 영화가 극장가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 일본계 감독이 연출한 위안부 다큐…’주전장’ (25일 개봉)

N초점②주전장·김복동·봉오동전투…항일영화에쏠리는관심 (1)가장 먼저 극장을 찾는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주전장’이다.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일본 언론인인 우에무라 타카시가 일본 신민족주의자들에게 공격을 받는 것을 보고 문제 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후 3년간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의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며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난 4월 일본 개봉 당시 우익 논객들이 상영 중지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미키 데자키 감독에 대한 고소 협박을 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의 종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둘러싼 한국, 미국, 일본의 지식인 정치인들의 치열한 논쟁이 펼쳐진다. 자민당 중의원 의원부터 역사학자까지 여러 인물들의 인물을 통해 역사 속 위안부 문제에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극우세력의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기도 했다. 특히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국제법상으로 어떻게 보고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그러면서 “일본인이 정말 이 문제 해결하고 싶다면 정부가 이 문제를 국제 법정에 가져갈 수 있도록 정부를 압박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전장’의 파급력은 컸다. 이 영화는 일본 젊은 세대의 관심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의 젊은 세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거의 잘 모른다고 할 수 있다”며 “영화에 대한 반응은 넘치도록 긍정적이었다. 또 아베 정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전혀 몰랐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들 사이에 정보의 차이, 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각각 나라에서 얻는 정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돼서 그 때문에 논쟁과 싸움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소개를 통해 양국 사람들이 몰랐거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보를 알게 되면 서로를 이해하고 증오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영화의 취지를 설명했다.

◇ 독립군, 승리의 역사…’봉오동 전투’(8월7일 개봉)

봉오동 전투' 포스터 © 뉴스1

봉오동 전투’ 포스터 © 뉴스1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여름 텐트폴 영화 ‘봉오동 전투’는 ‘구타유발자들’ ‘용의자’ ‘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감독의 신작으로,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다. 실제로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 연합군이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쟁취한 전투이기도 하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이 주연배우로 출연한다.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를 통해 전투 영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의 역사, 지배의 역사, 굴욕의 역사에 다루는 것이 아닌 저항의 역사, 승리의 역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것. 독립군 모두가 힘을 합쳐 일궈낸 첫 승리로 억압과 탄압이 아닌 저항의 역사를 조명, 일제강점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역사를 소재로 하는 대형 영화들의 애국심 마케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지만 반일 감정이 정점을 찍고 있는 현 시점, 상업적인 항일영화로 주목도가 가장 크다. 원신연 감독은 제작보고회 당시 “(애국심 마케팅을)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최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결국은 그렇다고 해서 이 시대 영화들이 안 만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전한 바 있다.

이번 한일 이슈를 통해 봉오동 전투라는 역사는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원 감독은 “실제로 일본군들을 유인해서 승리를 거뒀던 분들이 가졌던 생각들, 이런 의미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봉오동 전투가 지금 현재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에 7줄 나와있다. 그것도 한 페이지 전체가 아니라 4단락으로 나와서 7줄이 나와있다. 그런 걸 보면서 ‘꼭 기억돼야 하는구나, 꼭 기억하자’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판단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피해자 아닌 인권운동가의 삶…’김복동’ (8월8일 개봉)

N초점②주전장·김복동·봉오동전투…항일영화에쏠리는관심 (2)‘김복동’은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90세 넘는 고령에도 전 세계를 돌며 일본에 위안부 문제의 사죄를 요구했던 김복동 할머니의 27년 여정을 정리한 영화다. ‘자백’ ‘공범자들’에 이은 뉴스타파의 3번째 작품으로 송원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배우 한지민이 내레이션에, 가수 윤미래가 OST에 각각 참여했다. 영화의 상영 수익은 전액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영화는 90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 암 말기 투병 중에도 처절하게 싸운 김복동 할머니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궁금증을 갖는 데서 시작됐다. 그리고 영화는 김복동 할머니를 단순히 피해자로 살아온 인물이 아닌, 적극적으로 인권운동과 평화운동을 해온 인물로 그린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청한, 기개 넘치는 여성으로서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김복동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증언 육성 파일도 들을 수 있다. 해당 파일은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내 자료실에 존재했던 수많은 이름들과 기록 중에서 발견한 파일로, 1992년 당시 영상이 흔치 않던 시절에 기적처럼 남겨진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육성 파일 외에 송원근 감독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과 미디어몽구를 통해 400기가 분량의 파일과 6mm테이프 40개의 방대한 자료를 전달받아 김복동 할머니의 활동과 고뇌를 화면으로 옮겨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희망을 갖고 싸워온 김복동 할머니의 발자취를 통해 깊은 울림과 진한 감동이 전달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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