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으슬으슬’…설마, A형간염?

발열·오한 등 초기증상 감기몸살과 비슷

상반기에만 9000여명 발병 전년비 6배

항체 없는 2040, 여름철 위생관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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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동해 바닷가로 여름 휴가를 다녀온 회사원 박모(33)씨는 어제부터 열이 나며 몸이 오들오들 떨리는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래도 휴가지에서 무리하게 물놀이를 한 것이 감기몸살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 중이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감기는 아니고 오히려 A형 간염에 감염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씨는 바닷가에서 먹었던 조개구이가 원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염은 말 그대로 간에 발생한 염증 때문에 간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한 해 전 세계에서 150만명이 바이러스성 간염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는 에이즈로 인한 사망 숫자와 비슷하다. 간염 바이러스는 간에 최적화된 바이러스로 간세포를 직접 파괴하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간세포 내에 기생하며 증식한다. 감염된 간 세포는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공장으로 활용되고, 바이러스는 간 세포에 침투해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 혈액 속에 배출된다.

▶A형 간염 환자, 1년 만에 6배 증가=바이러스 중 간염을 일으키는 간염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 D형, E형이 있다. 바이러스가 발견된 순서대로 이름에 알파벳이 붙여졌다. 우리나라에서는 B형, A형, C형 간염이 흔하다. 간염 바이러스 중 가장 먼저 발견된 A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물 섭취 또는 A형 간염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특히 지금처럼 기온이 높은 여름철 A형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이 쉬워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반기 A형 간염 환자수는 9000여명으로 지난해 상반기(약 1500명)보다 6배나 증가했다. 심주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정확한 증가 원인은 역학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항체를 가진 비율이 적은 젊은층에서의 환자 증가와 예전에는 증상이 나타나도 모르고 지나쳤던 환자들이 건강검진 등의 검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A형 간염은 20∼40대의 젊은 층 사이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이 연령층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A형 간염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항체 보유율이 낮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어릴 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릴 때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로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A형 간염을 한 번 앓고 나면 항체가 형성돼 이후 바이러스에 다시 노출되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현재 50대 이상이 이에 속한다.

심 교수는 “하지만 위생상태가 개선된 환경에서 자란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어릴 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적었다”며 “이후 성인이 된 후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환자 수도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증상 감기몸살과 비슷…황달까지 나타나면 의심=A형 간염은 주로 급성 간염 형태로 나타난다. 보통 약 4주 정도의 바이러스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 증상이 발열, 오한 등 감기몸살과 비슷해 오해하기 쉽다.

이승원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초기 증상은 감기몸살과 비슷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감기로 생각하가 눈과 얼굴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발생하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몸살기운, 피로감, 구역, 구토, 황달 등이 2주 이상 지속되어 고생하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자연히 회복된다”고 말했다. 다만 A형 간염은 한번 앓고 나면 재발 없이 평생 면역되며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심 교수는 “치사율은 0.1∼0.3% 정도로 높지 않지만, 일부 간기능이 약한 상태의 만성 간질환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물 85℃에서 1분만 가열해도 바이러스 사라져=A형 간염은 감염된 환자의 오염된 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접촉하여 전파되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 또는 음식물, 특히 오염된 조개류나 해산물을 익히지 않고 섭취할 때 감염될 수 있다.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는 A형 간염은 바이러스가 오염된 물이나 음식, 감염자에 의해 전파되는 만큼 예방을 위해 개인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평소에 철저하게 손을 씻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특히 식사 전후와 배변 후에는 반드시 비누나 손세정제로 손을 씻어야 한다.

심 교수는 “음료수와 음식물은 충분히 끓이거나 익혀서 먹어야 하는데 85℃ 이상에서 1분만 끓여도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라진다”며 “식기류는 자주 끓이고 행주나 물수건은 자주 삶아 햇빛에 말려 사용하는 등 평소 생활 습관에서 깨끗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급성 A형 간염은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에 충분한 영양 공급과 휴식이 중요하다. 술과 검증되지 않은 각종 약제 등은 삼가야 한다. 감염 시 반드시 절대안정을 취할 필요는 없지만 심한 운동이나 육체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A형 간염은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김지훈 고대 구로병원 간센터 교수는 “식사 전이나 음식 조리 전, 화장실 이용 후,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하게 씻고 날 것이나 상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간단한 피검사로 항체 유무를 파악하고 항체가 없는 사람들은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이 가능한데 특히 감염에 취약한 40대 미만의 환자에서 예방접종이 추천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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