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패소 총격으로 부모 잃은 ‘살아남은 아기’에 엄지척 트럼프

이른바 ‘엄지척’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이 사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멕시코주 엘패소 총격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아기 곁에서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멜라니아 트럼프 트위터=헤럴드경제]

“아기 ‘폴’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은 엘 파소 총격 사건에 희생된 자들을 위한 ‘독특한’ 투쟁의 상징이다”(가디언)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한 20대 신혼 부부가 반(反) 이민주의자의 무차별 총격 테러 속에서 생후 2개월 된 아들 폴을 지키려다 사망했다. 이 부부에게 총을 겨눈 20대 남성은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 대한 대응’이라는 보수 언론들의 반 이민 레토릭과 꼭 닮은 선언문을 게시한 후 범행을 단행했다. 미국 내 백인민족주의, 반이민주의를 부추겼다는 비난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은 ‘살아남은 아기’의 곁에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한 신혼부부의 죽음과 살아남은 아기, 그리고 이른바 트럼프 대통령의 ‘엄지척’ 사진 등 ‘엘패소 총기 난사 사건’을 둘러싼 비극과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반이민주의·백인우월주의 사상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엘패소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패트릭 크루시어스는 미국 보수언론이 쏟아내는 자극적인 반이민 용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여과없는 극우 레토릭이 대중 매체를 통해 미국 사회에 ‘효과적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NYT의 분석결과, 크루시어스가 범행 직전 온라인 커뮤니티 에잇챈(8chan)에 올린 선언에는 폭스뉴스 등 극우 언론들이 주로 사용하는 ‘침략’과 ‘대체’라는 단어가 대거 포함됐다.

보수진영 전문가 윌리엄 크리스톨은 “뉴스에서 어떤 주장이 나오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정당화시키고, 이후 또 다른 사람이 한술 더 떠서 주장하는 방식”이라며 “일종의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크루시어스의 범행 동기가 ‘히스패닉 이민자에 대한 증오’로 밝혀진 가운데, 멕시코 국경건설을 필두로 반이민 강경책을 주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살아남은 아기’ 곁에서 엄지를 들고 있는 모습은 또 다른 아이러니다.

가디언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운동 시작 이후 올해 페이스북 광고 2000건을 통해 이민을 ‘침략’으로 규정했다.

‘반 이민 테러’로 미국 전역에 불안함에 떨고 있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는 또 다시 반이민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그는 12일 재정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이민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이민규정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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