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수기에도 비어가는 일본행 비행기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여름휴가를 맞은 한국 관광객들의 ‘보이콧 재팬’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일본 여행이 작년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일본 노선 주간 항공운송 실적’에 따르면 8월 첫째 주(4∼10일) 일본노선 탑승률은 71.5%로 작년 같은 기간(84.5%)과 비교해 13%포인트 감소했다.

일본 노선 여객기 좌석이 비어가면서 국적 항공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에서 운항중단과 감편을 결정하고 중국·동남아 등 대체 노선 발굴에 나서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일본 여행 거부 운동으로 인한 여파가 크다”며 “사업차 일본을 오가는 승객과 유학생, 일본인 여행객, 예약을 취소하지 못해 비행기에 타는 승객 정도가 일본행 비행기를 타고 있고, 단체관광객과 개별 관광객 수요가 모두 급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본 노선 탑승률은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확산한 7월 초순 이후 줄곧 감소세다.

7월 첫째 주∼8월 첫째 주 탑승률은 78.5%→78.8%→76.2%→76.2%→75.7%→71.5%로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 들어 급격하게 꺾인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탑승률이 77.1%→79.5%→79.7%→82.2%→87.7%→84.5%로 7월 마지막 주 급상승했다가 8월 첫째 주 소폭 꺾인 것과 대조된다.

2017년 일본노선 탑승률 역시 같은 기간 75.8%→80.4%→80.2%→85.1%→88.7%→86.0%로 작년과 비슷한 형태다.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 ‘휴가철 피크’에 탑승률이 80% 중·후반대를 보였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올해 이 기간 탑승률이 70% 초·중반대에 머문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보이콧 재팬 캠페인 영향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하는 승객이 늘어나면서 극성수기 탑승률이 이례적으로 곤두박질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우려가 있어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국내 항공사들도 지난달 말부터 경쟁적으로 일본 노선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9일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 중단을 결정한 이후 인천∼삿포로·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노선에 투입하는 기종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항 축소에 나섰고,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30일 인천발 일본 노선 공급 축소 계획을 밝힌데 이어 오는 23일부터 부산∼오키나와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일본 노선 비중이 큰 국내 LCC들은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24일부터 무안∼오이타 노선에서 철수하고 내달 대구∼구마모토, 부산∼사가 정기편 운항을 중단한다. 이스타항공은 내달 부산∼삿포로·오사카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제주항공도 일본 노선을 35% 감편한다. 다음달 25일부터 10월 26일까지 9개 일본 노선 운항 계획을 당초 총 789편에서 507편으로 줄여 잡았다.

일본 지방 중소도시를 공략하며 일본 노선 비중을 꾸준히 높여 온 에어서울은 다음달부터 도야마·구마모토·우베 노선에서 차례로 철수하고 오사카·요나고 노선을 감편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사들이 일본 노선 여객 급감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올해 5월 한중 항공회담 이후 국토부가 배분한 중국 운수권을 바탕으로 중국 취항을 늘리고 동남아 등 대체 노선을 개척해 활로를 찾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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