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안내는 삼성과 경쟁 어렵다’ 애플 호소에 “설득력 있다”

휴가 중 팀 쿡 애플CEO와 저녁식사

쿡 CEO, 관세 부과에 따른 어려움 호소

트럼프 “고민하고 있다” 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떠나기 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로이터=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대(對) 중국 관세로 삼성전자와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호소에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리조트에서 휴가를 끝내고 백악관으로 돌아가던 트럼프 대통령은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 16일 쿡 CEO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간 대화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은 만남이었다. 쿡을 많이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어 “쿡이 관세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다음달부터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 이미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기존 2500달러 상당의 수입품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중국산 수입품이 관세의 대상이 된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북 등 주요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입장에서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부담하는 건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처럼 관세를 피하는 경쟁기업과 달리 미국에 기반을 둔 거대 기술기업은 관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쿡 CEO의 설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가 미국 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데 동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려은 쿡 CEO가 말한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오는 12월 15일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상품목엔 휴대전화와 노트북PC 등이 포함돼 있다. 애플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조치다.

때문에 이번 발언은 해당 조치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전쟁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들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애플도 미국에 생산공장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압박의 뜻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CEO와 저녁식사 일정을 공개하면서 애플이 미국에 거액을 투자할 것이라며 “대단하다”고 기대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중국산 부품에 관세를 면제해달라는 애플의 요청에 “미국에서 만들라, (그러면) 관세는 없다”며 거절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삼성전자를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대미수출 문턱을 높여 미국 내 애플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떠받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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