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유해진 “숫자로만 남아있는 독립군들을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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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개봉 13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봉오동 전투’가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

일제 강점기를 다룬 기존 영화들이 주로 피해와 굴욕의 역사에 대해 다뤘다면 ‘봉오동 전투’는 저항의 역사, 승리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 위한 영화라고 원신연 감독은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는 외면하고 싶은 아픈 역사가 아니라, 기억해야 할 저항의 역사임을 부각시키려 했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쟁취한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를 영화화했다. 그런데 한 명의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일궈낸 승리라 더욱 매료된다.

어린 친동생을 일본군에게 의해 잃은 아픔을 지닌 채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비범한 칼솜씨를 발휘하는 황해철(유해진)과 누이가 3.1운동으로 투옥된 후 일본군을 향한 분노를 키운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이자 해철의 오른팔 이장하(류준열), 마적 출신인 날쌘 저격수 마병구(조우진) 등이 그 주인공이다. 유해진은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린 황해철을 잘 연기했다.

“나는 시나리오가 끌리면 작품을 하게 된다. 거기에 의미가 더해져 재미와 메시지, 통쾌함까지 합쳐지며 ‘필요한 끌림’이 된 것 같다. ‘봉오동 전투’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이야기지만 희망을 줄 수 있는 스토리를 담고있다.”

유해진은 “작품을 선택하는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냐는 질문에 “부담감이 있었다”고 답했다.

“영화는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이 메인이 아니다. 거기까지 끌고간 민초 독립군 이야기다. 그런 역할을 맡은 데서 오는 양심의 문제가 있었다. ‘말모이’ 이후 연달아 두 번이나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일을 치러내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좋은 캐릭터이지만, 그런 연기를 하는데 대해 부담이 있었다.”

‘봉오동 전투’는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 월강추격대를 죽음의 골짜기로 유인, 지형을 활용하는 지략으로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거대한 전투 장면이 이어지지만 아재개그의 달인이라 할만한 유해진의 유머감각도 제법 들어가 있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기 힘들었다. 봉오동 전투 희생자들의 숭고함이라는 메시지가 훼손되지 않을 정도의 유머를 구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묵직하게만 가면 보시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생길 수 있어 웃음의 절제와 색깔 조절이 필요했다.”

유해진은 아재개그에 대해 물어보자 “사실 나는 환경이 주는 재미, 상황에서 나오는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면서 이번 영화의 원신연 감독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봉오동 전투’는 액션이 치열하다. 유해진은 전투가 시작되면 쾌도난마로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배어버린다. 그의 항일대도에는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처럼 가볍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는 “칼로 기교를 부리기가 힘들 정도로 무겁다. 한 손으로 들 수 없다”고 전했다. 산야를 뛰어다니는 것도 쉽지 않을 듯 했다.

“첫 신은 비바람이 불고 추위에 떨면서 찍었다. 제주에서 촬영하면서 많은 바람을 맞았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후련함도 있다. 아마 이번 영화만큼 많이 뛰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폭탄을 피하기도 바쁜데, 매번 이리저리 뛰어야 했다. 평소 산행을 자주 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유해진은 “봉오동으로 가는 게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영화를 보시면 이 과정에서 부하로 나온 사람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면서 “이처럼 숫자만 남아있는 독립군들, 이런 사람들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같다”고 영화를 하면서 느낀 점을 말하기도 했다.

유해진은 “함께 찍은 류준열이 처음에는 날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렇게 재밌는 애인지 몰랐다”면서 류준열의 좋은 에너지를 칭찬했다.

유해진은 나영석 PD의 예능 ‘삼시세끼’ ‘스페인하숙’으로도 유명하다. 차승원은 요리 담당이지만, 유해진은 잡일 담당이다.

“차승원 씨는 요리 담당이라고 정해져 있지만, 나머지는 내가 찾아야 된다. 매번 뭘 하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공구도 없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 가끔 산에 가면 사람들이 저에게 (삼시세끼의) 만재도편을 또 안하냐 하고 물어보신다. 차승원과 약간 티격태격하면서도 좋은 추억이고 신선한 경험이다. 주가 연기지만 (예능을) 안한다고는 안한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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