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투자규제 ‘볼커룰(Volcker Rule)’ 10여년만에 완화

Wall street
<사진;adobestock>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됐던 ‘볼커룰(Volcker Rule)’ 규제가 10여년만에 완화된다.

미국 연방 통화감독청(OCC)과 연방예금공사(FDIC)는 20일 복잡한 볼커룰의 완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FDIC의 경우 볼커룰 도입에 앞장섰던 민주당 출신 마틴 그루덴버그 커미셔너가 반대했지만 나머지 3인의 공화당 멤버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통과가 확정됐다. 완화된 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며 은행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된다.

볼커룰은 상업은행이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주식 및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제안으로 지난 2010년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제안해 도입된 규정이다.

하지만 미 금융당국과 골드만삭스, JP 모건 체이스 등의 대형 은행들은 볼커룰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이어서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조차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규정 완화를 요구해 왔다.

이에 미 연준은 지난해 5월부터 볼커룰 완화를 위한 방안을 연구해 왔고 20일 경제성장·규제완화·소비자보호법’(이하 금융규제완화법)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탄생시킨 ‘도드-프랭크 월가 개혁과 소비자보호법’(이하 도드-프랭크법)의 ‘트럼프식 개정판’인 이 법에서 가장 눈에 띠는 사항은 대형 금융회사가 특정 투자 자산을 매입한 뒤 60일 이내 단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을 더 이상 프랍 트레이딩(자기자본 매매)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금지됐던 은행권의 단기 자기자본 매매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볼커 룰 개정 초안에서 제안했던 소위 ‘어카운팅 테스트’ 도입도 철회됐다.

이 규정은 특정 거래가 프랍 트레이딩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인데 은행권은 지금까지 이를 도입하면 위험하지 않은 거래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했다. 단 소규모 은행에 대해서는 어카운팅 테스트 규정이 적용된다.

또 자산이 100억달러 미만이고 거래 자산이나 부채가 전체 자산의 5% 미만인 은행은 볼커룰을 적용하지 않는다. 볼커룰이 완화되면서 대다수의 한인은행들도 규제 부담이 크게 줄었다. 적용 자산 기준도 500억달러에서 2,500억달러로 올렸다. 대형은행의 자산 기준이 오르면 규제 대상이 되는 은행은 38개에서 12개로 줄어들게 된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대부분의 은행들이 규정 면제를 받는 것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재도래할 위험을 높인 결과”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볼커룰 완화에 대해 미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납세자들에게 손실을 안겨줄 수 있는 위험한 투기 거래를 허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 등 언론들도 “씨티그룹이 트레이딩 부문 인력 수백명의 감원을 추진하는 등 이미 업계의 한파가 온 상황에서 규정을 완화하는 것은 뒷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블룸버그의 지적대로 지난 1~2분기 미국 5대 은행의 트레이딩 부문 매출은 각각 14%와 8% 감소했다.

한편 은행 관계자들은 앞으로 금융규제완화법보다 더 포괄적인 ‘금융선택법’이 다시 의회에 상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융선택법은 도드-프랭크법에 포함된 16개 중 12개를 폐지하거나 부분 변경하는 내용으로 볼커룰은 전면 폐지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한승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