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스라엘 FTA 타결…일본 수출규제 맞서 하이테크 수입 다변화 기대

아시아 최초로 이스라엘과 FTA…원천기술 및 소재·부품·장비 협력 기대

최대 수출품 자동차·부품에 무관세 적용…내년 상반기 발효 예상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좌)은 2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오리엔트호텔에서 엘리 코헨(Eli Cohen)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과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공동선언식'을 가졌다.© 뉴스1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좌)은 2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오리엔트호텔에서 엘리 코헨(Eli Cohen)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과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공동선언식’을 가졌다.© 뉴스1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한국과 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한-이스라엘 FTA 발효는 법률검토, 가서명, 국회 비준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께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한국의 18번째 FTA로, 현 정부 들어 네 번째로 FTA 협상을 마무리하는 성과다.

특히 한국은 이스라엘과 FTA를 체결하는 최초의 아시아 국가로서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에 앞서 이스라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과  FTA를 맺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엘리 코헨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양국 간 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2016년 5월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래, 약 3년간 6차례의 공식협상 등을 거치면서 협정문 모든 챕터에 합의했다.

지난달 15일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한-이스라엘 FTA를 조속히 타결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 수입액 중 99.9%에 해당하는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며 이스라엘은 우리나라로부터 수입액 100%에 해당하는 상품의 관세를 철폐하는 등 양국은 높은 수준의 시장접근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 1위 수출품인 자동차(현 관세 7%)와 4위 수출품인 자동차부품(관세 6∼12%), 관심품목인 섬유(6%), 화장품(12%) 등은 FTA 발효 즉시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이스라엘이 1967년 이후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요르단강 서안 등)에 대해서는 특혜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양국 교역현황은 27억2000만 달러(수출 14억5000만 달러·수입 12억7000만 달러)이다.

이스라엘에 가장 많이 수출되는 품목은 자동차로 자국 완성차 브랜드가 없는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5.5%(수출액 7억2600만 달러)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도 현대차는 도요타를 제치고 3만285대를 팔아 점유율 16.7%로 1위에 올랐고 기아차는 3위에 랭크됐다.

대(對)이스라엘 수입 1위 품목인 반도체 제조용 장비(수입금액 중 25.4%)의 관세가 3년 이내 철폐되며 2위 품목인 전자응용기기(수입금액 중 13.0%)의 경우도 3년 이내 철폐됨에 따라, 반도체·전자·통신 등의 분야에서 장비관련 수입선 다변화가 기대된다.

반면 민감한 일부 농수축산 품목은 기존 관세가 유지되며, 이스라엘 관심품목인 자몽(30%, 7년 철폐)·의료기기(8%, 최대 10년 철폐)·복합비료(6.5%, 5년) 등은 우리 측 민감성을 최대한 감안해 철폐 기간을 충분히 확보했다.

서비스·투자에서도 한미 FTA와 같이 일부 금지품목 이외 나머지는 다 풀어주는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을 채택하고 우리 기업의 관심이 큰 유통·문화콘텐츠를 추가 개방키로 했다.

특히 이스라엘 내 한국 주재원과 관련, 현재 최초 고용허가는 1년으로 제한되고 매년 연장해야 했으나, FTA에서 최초 고용허가 시 2년을 부여해 연장 부담을 덜었다. 최대 체류기간도 63개월로 제한돼 있으나, 이스라엘 경제 기여도 등을 참작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원산지 규정도 기업편의를 위해 단순한 품목별 원산지 기준을 도입하고 개성공단 등 역외가공을 허용해 향후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스라엘이 원천기술에서 강한 항공, 보건·의약, 가상현실, 빅데이터, 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인공지능(AI), 농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확대한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측면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국가로서, 한국의 제조업 기반과 이스라엘의 첨단기술이 협력해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보통신기술(ICT), 항공우주 등 미래 산업기술 협력을 위해 한-이스라엘 산업기술연구개발기금(KOR-IL 펀드)을 연간 2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로 두배 늘리기로 했다.

창업·스타트업에 강점이 있는 이스라엘과 협력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혁신적 통상모델’을 지향한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협력과 관련, 한국 생산기술연구원과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간 양해각서를 체결해 기업들의 소재 등 공급선 다변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와이즈만연구소는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로 반도체·전자·통신·화학과 정밀화학 등 원천기술에 뛰어나고, 기술사업화 경험도 풍부해 중장기적으로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대안 수입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명희 본부장은 “원천기술 보유국인 이스라엘과 상생형 산업기술 협력증진이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 생산기술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