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패권’ 은행에서 시장으로 옮겨간다

영국 중앙은행, ‘금융의 미래’ 보고서

국제금융 허브 영국 위상 흔들

현금결제비중 10년 후 10% 전망

국제통용 결제시스템 마련 필요

영국 런던에 있는 중앙은행 영란은행 청사. [123RF]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글로벌 금융은 은행 주도에서 시장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은행의 패권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6월 펴낸 ‘금융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서다. 무려 9개월간 공들인 끝에 내놓은 결론이다. 1694년 설립된 영란은행은 각국 중앙은행의 ‘모태’와 같은 존재다.

26일 금융감독원이 소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지구적으로 벌어지는 고령층 인구 확대, 저탄소 경제 확산 등이 금융의 대응이 필요한 주요 전환(Major Transition)으로 꼽혔다.

특히 브렉시트와 신흥국의 경제 성장은 국제적인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영국의 지위와 역할을 흔든다고 했다.

‘플랫폼 경제’와 ‘공유경제’에도 주목했다. 하나의 플랫폼에 세계의 무수한 기업과 소비자들이 모이고, 소비와 공유가 이뤄지는 형태를 말한다. 보고서는 “금융의 효율성 제고, 비용절감은 지속적인 도전 과제”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런 변화들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6가지(디지털화·시장중심 금융·사업모델 변화·리스크 형태 변화 ·민관 협력 강화 ·새로운 인프라 구축)로 정리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디지털화다. 보고서는 중국 핀테크 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이 핀테크는 100% 온라인 기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10억명의 고객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통적인 은행의 존재감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수 백년간 금융시스템은 은행이 주도했으나,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역할이 커지는 추세다. 현재 글로벌 금융중개의 절반은 은행시스템 외부에서 이뤄진다.

더불어 전에 없던 금융 리스크도 등장했다. 온라인 사기, 사이버 해킹 등이다. 초저금리, 마이너스 금리 같은 과거에 없던 상황이 펼쳐지며 투자자 행동이 변화하고 새로운 취약요인도 발생한다고 적었다.

이런 진단대로라면 국내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금융상품(DLS·DLF)도 새 유형의 리스크로 볼 수 있다.

보고서는 경제 변화 국면에서 영란은행이 실행할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이는 3가지 분야(디지털 경제 기여·사회적 전환 지원·금융시스템 복원력 강화)로 나뉘어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다.

이 가운데 미래 지급결제시스템 구축, 저탄소 경제 이행 촉진, 진화하는 리스크 대응 등이 눈길을 끈다.

영국 금융협회인 UK파이낸스는 지난해 33% 수준이던 현금 결제 비중이 10년 뒤 1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보고서는 “스마트폰 앱, 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이 확대될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결제 시스템 마련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기후변화’를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주제로 꼽았다. 단 한 번의 기상이변이 자산가치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공시 도입을 촉진하고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지표에 기후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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