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 ‘침체의 늪’ 일본화 공포 확산…미·유럽 덮는 장기침체의 그늘

“저성장-저물가 장기침체 전조”

전문가들 유럽 이어 미국도 우려

일본의 한 증권사 앞에 걸려 있는 스크린에 닛케이 225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AP=헤럴드]

일본의 한 증권사 앞에 걸려 있는 스크린에 닛케이 225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AP=헤럴드]

30여년 간 경기 둔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을 빗댄. 이른바 세계경제의 ‘일본화(japanification)’ 현상이 글로벌 투자자들을 새로운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일본화란 물가와 경제 성장률이 동반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공격적인 부양책이 경기 회복은 커녕 국가 부채 증가로 채권 수익률만 끌어내리는 ‘장기 경기 침체’ 현상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오늘날 주요 경제국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저(低)성장-저물가 현상, 장단기 금리 역전 등 경기 침체 신호들이 장기 침체의 전조일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나홀로 호황’을 누려 온 미국 경제 역시 ‘일본화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많은 투자자와 분석가들은 더 깊고, 구조적인 변화‘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일본화 현상이 더 많은 나라들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찍이 전문가들은 일본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다만 그 대상은 대부분 유럽 지역에 한정돼 왔다. 올 초 글로벌 금융회사인 ING는 최근 유럽 국가들이 겪고 있는 정부 부채 및 은행권의 부실채권 증가, 인구 고령화와 대규모 통화 완화정책 등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이미 유럽이 일본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결론 짓기도 했다.

FT는 “하지만 오늘날 미국은 낮은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감세 효과도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심지어 연방준비제도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일본과 비슷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하는 핵심 근거는 마이너스 수익 채권의 증가다. 이는 일본화의 가장 초기 증상 중 하나로, 도이치뱅크는 최근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6조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0.1%로 동결된 일본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역시도 세계적 현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유럽과 일본의 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에서 고착화될 것”이라면서 “미국도 한 차례 침체를 겪게 되면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금리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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